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상파 3사의 월화·수목드라마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이 한쪽은 너무 재미없어서, 한쪽은 재미있어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빠졌다.
월화드라마는 MBC '기황후'가, 수목드라마는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종영한 이후 평일드라마에서는 더이상 '대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청률 10%대만 나오면 '성공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월화, 수목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월화드라마는 지루해서, 수목드라마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시청률만 본다면 큰 차이는 없다. 월화드라마는 MBC '트라이앵글'이 이번주 9.5%, 10.0%(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으며 SBS '유혹'은 9.0%, 8.3%를 나타냈다. 첫 회 5.8%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KBS2 '트로트의 연인'은 이번주 2회분에서 8.4%, 7.6%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뻔한 전개와 식상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고 있다.
'트라이앵글'의 경우 세 형제가 불행한 일로 헤어진 후 큰 형은 경찰, 둘째는 폭력 조직원, 셋째는 부유한 집에서 자란 뒤 서로를 모른 채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다음주 종영을 앞두고 월화드라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뒷심이 달리고 있다.
트로트에 재능이 있는 20대 여자가 천재 작곡가를 만나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는 '트로트의 연인' 역시 티격태격하는 남녀가 어느새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난주 처음 선보인 '유혹'은 불륜 설정을 전면에 내세워 '진부한 설정' 가장 가까이에 있다. 불륜이 로맨스가 될 수 있는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고 시작했다지만 여전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선을 거둘 수 없다.
반면 수목드라마는 유쾌한 설정과 다양한 장르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선총잡이'는 지난주 10.2%, 10.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조선의 마지막 칼잡이가 총잡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으며 영웅 탄생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급변하는 개화기 속에서 총과 칼의 대결뿐 아니라 정수인(남상미)과 박윤강(이준기)의 멜로 역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주 방송분에서 각각 8.6%, 9.7%의 시청률을 기록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장르물, 시대물이 가득한 안방극장에 장혁과 장나라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 구도를 가지고 가면서도 장혁 특유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전혀 밉지 않다. 장혁이 맡은 이건은 부탁 하나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김미영(장나라)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이어 23일 첫 방송되는 '괜찮아 사랑이야'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다. 노희경 작가와 배우 조인성, 공효진의 만남으로 올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 연이어 공개된 예고편에서 조인성과 공효진의 호흡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청률만 보면 월화, 수목드라마의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혹평으로 얼룩진 월화드라마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단순히 두터운 팬층을 가진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것만이 질 좋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와 탄탄한 구성, 빠른 전개,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월화드라마를 기대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