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정 검찰에 자진 출두 '자수'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유병언씨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이날 오전 8시쯤 인천지검으로 찾아와 자수했다고 밝혔다. 양회정씨는 특히 도피자금 모금, 은신처 마련 등 유병언씨 도피공작과 관련된 모든 일을 지휘해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명숙씨가 선처되는 것을 보고 자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호위 대상 유병언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도피 이유와 목적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양회정씨를 지난 15일 공개수배하면서 신병확보에 비중을 둔 데에는 유병언씨 곁을 지킨 최측근으로 미궁에 빠진 사인을 풀 수 있는 핵심 인물로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양회정씨를 상대로 자수를 결심한 이유, 유병언씨의 도주 경로 및 은신처, 유병언씨의 구체적인 행적과 사망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20억원에 달하는 유병언씨 도피자금의 출처 및 사용처에 대해서도 양회정씨가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회정씨는 4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20여 일 동안 유병언씨의 순천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수사 동향을 알려주며 각종 심부름을 하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양회정씨는 구속 기소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순천지역 핵심 신도 추모(60·구속기소)씨의 지휘를 받으며 유병언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회정씨는 5월 3일 유병언씨가 양씨의 처제(47) 집에서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이동할 때 동행했다.
추씨는 이 이사장 등 금수원 지휘조와 계속 연락하며 장기간 은신 체제를 마련했다. 양회정씨는 추씨의 지시를 받고 순천 시내에서 커튼을 구입해 별장 내부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별장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 마치 안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특히 양회정씨는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동서인 한모(49·구속기소)씨와 함께 별장 내부에 비밀공간을 만들었다.
유병언씨는 5월 25일 검찰이 압수수색할 당시 이 비밀공간에 숨어 있다가 이후 혼자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양회정씨는 검찰이 순천 별장의 존재를 아직 알지 못하던 5월 17일께 한씨와 함께 유병언씨에게 제2의 은신처로 옮기자고 권유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유병언씨는 별다른 언급 없이 은신처를 옮기지 않고 계속 별장에 머물렀다. 양회정씨 등이 마련한 제 2은신처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주일 뒤에 검찰이 순천 별장을 덮친 점을 감안하면 양회정씨의 판단을 따르지 않은 점이 결국 유병언씨 스스로 목숨을 잃는 결과를 낳은 셈이 됐다. 양회정씨는 한씨로부터 공급받은 유기농 식품과 생수 등 먹거리를 정기적으로 유병언씨에게 공급하기도 했다. 측근들이 찾아오면 별장으로 안내한 것도 양회정씨였다. 양회정씨는 지난 5월 25일 새벽 3시께 유병언씨가 숨어 있던 별장 인근의 야망연수원에서 잠을 자다가 수색 중인 검찰 수사관들을 발견했다. 곧바로 유병언씨와 따로 떨어져 전주로 도주했고 이후 행방을 감췄다.
한편 검찰은 같은날 김명숙씨를 재소환해 유병언씨의 도피를 도운 경위, 구체적인 도주 경로 및 은신처 등을 추궁했다. 필요하면 주중에 추가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김명숙씨는 검찰에서 유 전 회장의 자세한 사망 경위나 마지막 행적 등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