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병원들은 환자의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 정보보호법을 크게 반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1일 “진료 예약은 직접적인 진료행위가 아닌 만큼 병원에게만 개인정보 보호 예외를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 24조 2항은 ‘법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진단서·진료기록부·처방전 등에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진료 예약에 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법’에도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생년월일과 이름이 같은 환자가 연평균 10만3000명에 달한다”며 “하루 8000명 내지 1만여명이 진료를 받는 대형 병원의 경우 개정법 시행에 따른 실수나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된 법이 환자를 더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재진 환자 대부분이 병원 진료카드 번호를 모르는 상황에서 세부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등의 추가적인 절차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가족이나 대리인이 환자를 대신해 진료를 예약할 때도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숙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번호 하나로 예약이 가능한 지금과 달리 시간, 인력이 더 투입돼 예약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 한국병원협회 측은 지난 30일 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 관계자와 만나 개정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료기관에 한해 주민번호 수집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원안대로 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현행 시스템을 바꿔 환자에게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만 받아 예약을 진행하고 진료 단계에서 재차 신원을 확인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병원 관계자는 “개정법 시행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아 병원도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정부에 주민번호 수집을 가능케 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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