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유병언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앞에 놓인 과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6일 경찰위원회의 임명 제청 절차를 거친 강신명 내정자는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유병언 전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무능과 거짓 해명을 지켜본 국민은 경찰에 더없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뒤늦게 유병언 전 회장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기본적인 초동수사를 하지 않아 40일 늦게 신원을 확인했고, 유병언 전 회장이 숨어 있던 순천 송치재 별장 비밀공간과 관련한 제보를 묵살하고 이 내용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또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안일한 수사 관행을 고치는데도 주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병언 전 회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과의 부실한 공조 수사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은 대형 사건 수사가 검찰과 경찰 간 불협화음 때문에 크게 어그러진 모습을 보인 만큼 검찰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유병언 전 회장 사건 부실수사 등으로 국민의 질책을 받으며 사기가 크게 떨어진 만큼 조직을 추스르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강신명 내정자의 몫이다. 강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인 '4대악 척결'을 위한 경찰 치안정책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성한 전 청장은 올해를 4대악 대응 시스템을 고도화해 성과를 높이는 해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교황 방문이 당장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경호·경비는 퇴임을 앞둔 이성한 전 청장이 챙겨야 할 것이 많겠지만 강 내정자도 이 전 청장과 함께 차질 없이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한편 강신명 내정자는 경찰청 혁신기획단팀장과 서울청 경무부장, 경찰청 수사국장·정보국장 등 요직을 지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거친 만큼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도 있다. 강신명 내정자는 2주 후쯤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경찰청장에 임명된다면 사상 첫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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