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최근 생사 여부가 논란이 됐던 천경자화백(90)의 새로운 작품을 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층에 마련한 천경자 상설전시실이 12년만에 작품을 전격 교체한다. 93점의 기증 작품중 미공개됐던 30여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천경자의 혼’이라는 주제로 10년 이상 같은 전시가 열려 문제로 지적됐었다. 천 화백의 대리인인 장녀 이 모씨가 작품교체나 전시장 구조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관람객들은 '지루하다' '올드하다' 반응을 쏟아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작품을 보존하기위해서는 어차피 수장고로 나왔다, 들어갔다 교체가 되어야 하고, 그동안 한두점씩 교체가 됐었는데 티가 안났다"며 "이번에는 관람객들에게 천경자 화백과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위해 전시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며 1988년 천화백이 기증한 이 작품들은 1940년대부터 1990년대 그린 그림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 타이틀을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로 붙였다. 꿈과 사랑, 환상에서 비롯된 정한(情恨)어린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은유한다는 의미다.
천경자 화백은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거나 동식물로 표현되거나 상관없이, 그림은 나의 분신”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자전적인 성격을 가지는 작가의 작품 전반에 대한 자기고백적 측면에서 접근,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드로잉’, ‘자유로운 여자’라는 네 개의 섹션으로 펼친다.
작가의 대표작인 <생태>(1951)를 비롯하여 <여인들>(1964), <바다의 찬가>(1965), <황혼의 통곡>(1995)과 특히 손맛 제대로인 ‘드로잉’을 살펴볼수 있다. 드로잉은 채색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천경재 화백의 색다른 모습을 조명한다. 또 다수의 수필집을 출간한 문학예술인 천경자의 출판물도 소개한다.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와 해외여행지에서 본 이국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자마이카의 여인곡예사>(1989)와 같은 작품으로 구성된 섹션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린 여인들이 눈을 뜨고 있다.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 '슬픈 전설을 가진' 천경자 화백이 근황이 궁금하다. 연중 상설전시로 관람은 무료다. (02)2124-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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