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환자단체가 21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전공의들의 진료 미숙으로 9살 여아가 사망했다며 병원 측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또 정부에 미숙련 의료행위로 인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고(故) 전예강 양 유가족은 이날 오전 서울 신촌동 연세암병원에서 예강 양 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합회와 유가족에 따르면 서울 서신초등학교 3학년인 전예강(9) 양은 사흘 동안 계속해서 코피가 나 동네 내과·이비인후과, 집 근처 종합병원을 거쳐 지난 1월 23일 오전 9시 50분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적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3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치료에 필요한 빠른 수혈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2시부터 응급실 전공의 1년차 2명이 번갈아가며 요추천자(척추에 바늘을 집어넣어 척수액을 뽑아내는 시술)를 5회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사이 예강이는 저혈량성 쇼크로 숨을 거뒀다.
유가족은 병원 측에 자세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병원은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치료했고 잘못한 것이 없으며 더 알고 싶으면 법대로 하라’고만 답했다.
또 의료분쟁을 다루는 정부 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이 거부해 각하됐다.
유가족과 환자단체연합회는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에서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 갑자기 사망한 예강이가 왜 죽었는지 그 진상을 규명하고 만일 의료 과실이 있다면 예강이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턴·레지던트 등의 전공의가 아닌 잘 수련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도 요구했다.
이들은 “대학병원의 상당수 의료서비스는 전문의가 아닌 수련 중인 전공의가 제공해 거듭되는 시술·검사 실패로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환자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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