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평소 해외 방문 때 중국 고사성어나 고전을 자주 인용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번 타지키스탄 방문에서도 고시(古詩)를 구사하며 타지크에 우호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진핑 주석은 타지크 방문 전인 10일 타지크 현지 언론에 ‘중국과 타지크간 우호관계를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듯 발전시키자’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시진핑 주석은 “타지키스탄은 ‘고산지국(高山之國)’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칭하며 “중국 고대 공자는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할 정도로 이처럼 높은 산이 많은 국가의 인민들은 평온하고 교양 있다” 고 말했다. 인자요산은 마음이 어질고 넓은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공자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말이다.
서한(西汉)시기의 장건(张骞)이 두 차례 서역 원정길에 올라 실크로드를 개척했다며 이로써 중국과 타지크 양국 인민간 우호 교류 역사가 시작됐다고도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타지크, 그리고 상하이협력조직(SCO) 발전을 기원하며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라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이 쓴 ‘등관작루(登관雀樓·관작루에 올라)’에 나오는 구절도 인용했다. ‘천 리 멀리까지 보기 위해 다시 누각을 한 층 더 오르네’라는 뜻으로 함께 협력해 상호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했을 당시 이 구절이 적힌 서예작품을 선물하며 한중 양국관계가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지평을 맞이했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평소 고시를 자주 애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9일 베이징사범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교과서에서 고대 경전의 시와 산문을 삭제하는 것을 정말 찬성하지 않는다. 중국적인 것을 없애는 것은 큰 비애"라며 "고전을 학생들 머릿속에 남겨 중화 민족 문화의 유전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고시 애호가다.
중국 지도자들이 전통 문화와 고전에 대한 자부심을 내외 선보이는 한편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을 피해 우회적으로 뜻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시를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이 그간 애용한 고전 명구를 정리해보았다.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 세 척이나 쌓인 얼음도 한나절의 추위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명대 소설 '금병매'에 나온 이 문장은 어떤 현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꾸준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뜻을 지닌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월 한국 방문 당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관련국들이 충분한 인내심 유지하면서 계속 적극적으로 대화와 접촉을 해나가야 한다며 이 표현을 사용했다.
▣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거센 바람이 물결 가르는 그때가 오면, 구름 돛 달고 푸른 바다 헤치리라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행로난(行路難)'에 나오는 구절로 중국의 지도자들이 커다란 희망을 품은 여정을 설명하면서 곧잘 비유하는 말이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 방문 당시 한중 관계 도약의 염원을 담아 이 어구를 사용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질 말라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시진핑 주석이 지난 7월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해 기조연설 당시 언급했다. 시 주석은 각국이 "상대의 주권·영토 수호를 존중하고 상대가 선택한 발전 방식을 존중하며 자기의 의지와 방식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 구절을 인용했다.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월 독일 방문 당시 베를린 쾨르버 재단 강연 도중 일본을 비난하며 언급한 고사성어다.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걸려있는 이 글귀를 인용해 시 주석은 일본 군국주의는 지난 세계 2차대전 때 중국 난징을 침략해 30만명의 중국인들을 도살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 계리당계천하리(計利當計天下利) 이익을 따지려면 천하에 이익이 될 것인지를 따져야 마땅하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 당시 중국의 발전이 아세안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며 이 문구를 사용했다. 이 문구는 장징궈 전 대만 총통이 좌우명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당시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양안(중국-대만) 관계를 위한 새로운 획기적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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