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21)] 세계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상하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9-24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내달 1일 출범 1주년을 앞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 지난 9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처음으로 방문했다. 리 총리는 “자유무역구 미래는 원대하다. 상하이 미래도 원대하다”며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제2 개혁개방의 실험무대'로 불리는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행정 혁신, 금융개혁, 개방확대 등 다양한 제도 혁신이 이뤄지며 중국의 미래 발전상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동방의 빛나는 구슬, 상하이에 대해 알아본다.

상하이는 창장(長江)과 동중국해가 만나는 창장삼각주에 자리를 잡은 항구도시다. 아편전쟁(1840~1842년)에서 영국에 패배한 중국이 난징조약에 의해 상하이를 개방할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 그러나 열강의 조계지가 형성되고 이후 100년간 중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는 ‘나라 속의 나라(國中之國)’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상하이는 영 미 프 일 등 각국의 영향을 받으며 중국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서양문물을 빨리 받아들이며 근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과거 조계지 흔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 황푸강변의 와이탄이다. 이곳엔 조계 시대 당시 유태인계 부동산 재벌인 사순이 세운 허핑판뎬(구 사순하우스), 상하이 푸둥발전은행(구HSBC 은행), 상하이 해관건물 등 마치 영국 런던 도심을 연상케 하는 중후한 서양 석조 건축물이 강변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루(南京路)라는 이름은 바로 영국인들이 난징조약으로 상하이를 얻었다는 뜻으로 붙였다.

20세기 초 상하이는 제조업· 상업·무역을 통해 경제와 금융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영향력 있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특히 1920년대 후반 북벌전쟁으로 혼란한 북방을 벗어나 상하이로 중국 문화중심이 이동하면서 이곳엔 각종 유흥오락이 넘쳐났으며, ‘상하이 모던’이라는 말도 바로 이때 유행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면서 상하이는 중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국제도시였던 상하이는 신중국 성립 이후 쇠락의 길을 걷는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 통치기간 상하이는 숨죽이는 세월을 보냈다. 문화대혁명 시기 상하이 자본주의 공장 시설은 파괴됐고 식민지 지배의 상징이었던 조계지는 '부르주아의 산물'로 타도 대상이 됐다.

상하이가 다시 용트림한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과 함께다. 이어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에 나서며 상하이 금융경제 발전 개혁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상하이 옛 조계지인 와이탄 건너편 푸둥지구에는 경제개발구가 설립되고 상하이의 제2의 전성기가 펼쳐졌다.

와이탄에서 황푸강 건너편으로 바라다보이는 푸둥지구의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스카이라인은 세계적인 금융 비즈니스 중심지로 탈바꿈한 현대 상하이를 상징하는 대명사다. 동방명주 탑을 비롯해 진마오빌딩, 미래에셋 빌딩, 492m의 상하이 최고층 건물인 상하이월드파이낸스센터(SWFC)도 들어서있다. 푸둥 루자쭈이 지역에는 상하이 푸둥신구 금융 1번지로 400여개 금융기관이 진출해있다. 상하이 고속경제 발전에 힘입어 상하이시 지난해 지역 GDP는 2조1602억 위안(약 365조원)에 달했다. 중국 전체 GDP의 3.5%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하이 고속경제 발전에는 1990년 중국 경제성장을 주도한 ‘상하이방(上海幇)’ 입김도 빼놓을 수 없다. 상하이방은 중국 공산당 내 상하이 출신 파벌을 말한다. 과거 상하이 서기 재임시절 상하이를 중국 최고 경제금융도시 반열에 올려놓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중국 경제차르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허궈창(賀國强) 전 상무위원 등이 꼽힌다. 최근 들어 중국 부패 척결 사정칼날에 중국 정계에서 상하이방 세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와 상관없이 상하이의 경제는 거침없는 발전을 구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정부는 체계적인 로드맵으로 만들어 2020년까지 상하이를 글로벌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해 9월에는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가 설치됐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상하이 와이가오차오보세구, 와이가오차오보세물류원구(物流園區), 양산(洋山)보세항구, 푸둥공항종합보세구 4개 지역 28.78㎢로 이뤄졌다. 상하이시 전체 면적(636.18㎢)의 4.5%에 해당하는 이 좁은 땅에서 각종 개혁개방 실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행정 인허가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기본이고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분명히 해주는 이른바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했다. 위안화 자유태환, 예금금리 자유와 등 금융서비스 개혁 조치도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일부 구체적인 세칙 발표는 지연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 위주의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등에 대한 대항마로 주도적으로 설립하고 있는 브릭스(BRICS) 자체 개발은행인 ′신개발은행(NDB)′ 본사도 상하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밖에 오는 10월 중순 출범 예정인 상하이-홍콩 증시 연동시스템인 후강퉁(扈港通)은 상하이가 홍콩을 제치고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 버금가는 세계 금융 중심지로 발전하는 데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