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국내 금융소비자들이 정책·감독 등 금융당국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부터 KB내분 사태까지 금융당국의 '뒷북행정'과 '오락가락 행정'이 불신을 키웠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3일 은 'KIF 금융신뢰지수'를 개발해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금융신뢰지수가 89.5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융신뢰지수는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 답변이, 100 이하면 부정적 답변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들이 금융사보다 금융당국을 더 못믿는다는 것이다. 금융신뢰지수는 9개 항목으로 측정했는데 '금융감독기관의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부문은 61.3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관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질문에 부정적 의견의 비율이 63.2%에 달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8.3%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에는 KB금융 내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동양 사태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유출 사태나 KB내분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해 다음 조사 때는 지수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당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감독 체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감독 수위가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서는 세지 않지만, 일관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지나친 규제는 완화하되 '담장'을 넘어가는 금융기관은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노력도 아주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감독기관의 소비자 보호 노력도 7위에 그쳤다.
금융신뢰지수를 부문적으로 보면 ▲금융회사의 고객서비스(1위) ▲금융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도(2위) ▲6개월 전 대비 개인 경제사정(3위) ▲금융제도의 공정성과 합리성(4위) ▲정부의 금융정책(5위) ▲금융회사의 경영상태(6위) ▲금융감독기관의 소비자보호 노력(7위) ▲6개월 전 대비 국내 경기(8위) ▲금융감독기관의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효율성(9위) 등으로 조사됐다.
서 연구위원은 "계층별로 보면 30~50대 중년층, 고학력층, 자영업자 등에서 신뢰도가 낮았다"며 "해당 그룹의 신뢰도가 낮은 원인을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했다. 유효통화 9764명 중 1050명이 응답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2%포인트다.
금융연구원은 앞으로 연 2회씩 정기적으로 금융신뢰지수를 발표해 신뢰하락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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