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김정우 기자 =“증세의 역습이 시작됐다.”
‘증세 없는 복지’를 주창한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 시작과 동시에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등의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25일 여야의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정청이 500조원을 돌파한 중앙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와 중앙과 지방의 재정부담 불균형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증세 카드’를 꺼내자 범야권은 이를 ‘서민 주머니 쥐어짜기’로 규정, 세금을 둘러싼 구도 싸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증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확장적 예산 편성에 고삐를 쥐면서 ‘부자 증세(집권여당) 대 서민 증세(범야권)’ 논쟁이 더욱 확산될 기세다.
정부의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 등 ‘서민 증세’ 논란에는 당정청·새누리당과 범야권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여러 갈래의 구도가 뒤섞이면서 당분간 고차 방정식을 둘러싼 양측의 두뇌 싸움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증세’라는 정치적 도박을 건 정부여당과 총력 저지에 나선 범야권의 벼랑 끝 승부가 연말 국회까지 펼쳐지게 될 전망이다.
◆중앙정부 채무 500조 돌파, 지방세수 4년 만에 감소…산 넘어 산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 때 증세안을 속도전으로 전개한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국가채무와 지방재정의 재정 건정성 악화와 무관치 않다. 한마디로 세수를 걷어 구멍 난 곳간을 채우겠다는 의도다.
실제 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50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대비 8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 결산치 (464조원)와 비교하면 39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기획재정부가 조사한 중앙정부 채무에는 지방정부 채무가 빠져 있어 국가채무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세수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3년 결산 결과 지방세수는 총 53조7789억원에 불과했다. 2012년 지방세수(53조9381억원)와 비교하면 1592억원이 감소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향후 2년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도 ‘중앙정부 채무 급증’과 ‘지방세수 부족’ 사태와 궤를 같이한다는 얘기다.
◆누진성 없는 당정청의 증세안…서민 증세 논란에 불 지펴
문제는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등은 누진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세 부담을 안기는 ‘간접세’라는 점이다. 범야권이 정부의 증세안을 놓고 ‘서민 증세’ 낙인을 찍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담뱃세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연일 담뱃세 인상에 대해 고소득층이 더 많은 세 부담을 쥐고 있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담배 한 갑당 121만원의 세금을 (한사람) 소득에 대비해보면 저소득층에 세금 부담이 큰 역진적 세금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는 앞서 경제통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서민 증세 주장과 관련. “새정치민합은 왜곡 전문 정당”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도 야당은 서민 증세가 아닌데 5년 내내 서민증세라고 주장했다”고 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야권이 서민 증세 프레임을 고리로 대대적인 대여공세에 나서자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며 원내 복귀를 앞세워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경제회복의 기미는 조금씩 보이나 내수경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보여 진다”며 “근로자들은 돈이 없고 이것이 내수부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 경제 활성화 방안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큰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 당분간 적자 재정 부족분과 서민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가 증세를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지방재정 등 국가재정 악화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부자 감세를 하지 않은 채 담뱃세를 올리면서 부자 증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담뱃세는 간접세로 누진 구조가 없기 때문에 일종의 서민 증세”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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