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경찰과의 충돌까지 발생하는 등 시위가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그러나 홍콩 및 중국 당국은 여전히 강경입장을 고수해 향후 마찰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2017년 홍콩 행정장관 후보자 선정기준에 반발하고 '진정한 보통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일으킨 시위에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가 가세하면서 시위의 파도가 보다 거세졌다.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하고 항의의사를 표출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휘두르는 등 강경진압을 시도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학생과 시민들은 우산으로 맞서며 다시 되돌아 시위활동을 벌이는 등 대치가 밤늦게까지 이어졌으며 이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최소 38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CNN이 홍콩 정부신문처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특히 시위현장에 최루탄이 등장한 것은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최 당시 한국 농민 항의시위 이후 처음있는 일로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이날 시작된 도심 점거 시위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시위지역의 다수 은행 지점과 학교가 휴교하고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탄핵을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하자는 요구사항까지 제시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민단체 등 시위대는 오는 10월1일 중국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에 대규모 집회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의사에도 불구하고 홍콩과 중국 당국은 흔들림없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홍콩 시위대와 정부간의 충돌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인 렁춘잉(梁振英)은 28일 "홍콩 특별행정구는 '시내점거' 등 불법시위를 강경히 반대한다"면서 "당국은 시민의 의견과 주장을 경청할 것이나 이미 이는 정상적인 의사표현 방식이 아니므로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콩 특별행정정부와 중국 전인대는 앞서 통과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당국도 동일한 목소리를 내며 "선거안 조정은 없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불법시위에 반대하며 법치와 사회안정을 파괴하는 불법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거안에 대해서도 "중국 기본법과 규정에 의거해 홍콩 사회 각계각층 의견을 반영해 도출된 것으로 홍콩의 실정에 부합하고 안정유지와 성장추진에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리위안차오(李原潮) 중국 국가부주석은 28일 베이징에서 홍콩·마카오연구회 회원들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최근 홍콩 재계방문단을 만나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방침을 밝힌 바 있다"면서 "일국양제 연구와 심도있는 논의와 함께 홍콩 주민들이 사회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시주석은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등을 만나 "일국양제는 홍콩 안정과 발전에 도움을 줬으며 앞으로 변할 수도 바꾸지도 않겠다"며 홍콩에 대한 기존 정책과 방안을 유지할 것이라 못 박은 바 있다.
일국양제 정책은 하나의 국가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공존하는 것으로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중국은 일국양제를 홍콩 통치의 기본방침으로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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