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이 엔화 약세를 유지할 경우 이를 활용하겠다는 역발상을 내놨다. 엔화 약세를 역으로 이용해 국내 기업들의 시설투자 등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엔화 약세를 활용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금융 지원을 해주고 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에는 정책자금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이달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엔화 약세 대응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대책은 기존에 진행해왔던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등 방어책 외에 엔저를 기회로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금융 상 인센티브를 주는 공격적인 내용이 담긴다는 점에서 기존 엔저 대책과 차별화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엔화 약세 상황에서 가격이 싸진 일본 기계나 장치, 공장 설비 등 고정자본을 수입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에서 파생되는 각종 부작용을 완화하는 차원으로 일본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시설재를 수입할 때도 같은 혜택을 적용하는 부문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외화대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외평기금을 활용해 외화대출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원한도를 최소 1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늘린 바 있다.
이처럼 엔저 대응을 공격적으로 선회한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어보다 공격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실제로 최 부총리는 지난 30일 기업인 40명과 오찬 간담회에서 “엔저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각 기업이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엔저는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기존 엔화 정책과 새로운 대책을 기업을 대상으로 원스톱으로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수출입은행 등을 활용한 정책자금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환율 변동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늘리고 수출 중소기업에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식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환 변동보험료 일부를 감면해주고 환위험 관리 컨설팅과 교육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저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 기업이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일본과 주력제품에서 경쟁하는 한국은 위험하다”며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 크기 때문에 수입을 많이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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