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친정으로 돌아온 지 1개월 만에 임원진 전원 사표 제출이라는 충격요법을 내놓았다. 대내외적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으나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자 결국 칼을 뽑아든 것이다.
1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이날 오전 긴급 본부장 회의를 열고 전 임원 사직서 제출 및 조직개편안을 담은 고강도 개혁안을 내놓고 자리에 참석한 본부장들에게 알렸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포함돼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이날 권 사장은 “지금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 측은 전체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뒤 필요한 인물에 대해서는 하반기 인사에서 재신임을 통해 중용한다는 방침이다.
2분기 대규모 적자 원인이 일부 사업부서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업계에서는 전체 임원진 260명 중 약 30%가 사직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통상 10~15%선이었던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권오갑 사장의 이 같은 조치는 현대중공업 내부적으로 뿌리내렸던 ‘현실에 대한 안주’ 문화가 결국 ‘퇴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 앞서 이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격요법’이 필요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회사 창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037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업황 악화로 인한 수주 감소, 노사 대립 장기화 등 대내외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지만 현재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구조조정을 통해 지원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생산과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할 방침이다. 또 우수인력을 생산과 영업으로 전진 배치시켜 회사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과 해외법인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조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모두 줄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삭감하는 등 ‘마른 수건 짜기’에도 나선다.
현대중공업 측은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임원들은 재신임을 통해 중용하고, 임원인사를 조기 실시하여 능력 있는 부장급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할 예정”이라며 “(조직을)젊고 역동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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