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청와대사랑채에 한식체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억 원을 들여 만든 ‘한식홍보관’을 만들었지만, 6개월째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관광공사의 맹목적 충성이 도마에 올랐다.
더구나 실적 저조에 부담을 느낀 한국관광공사가 당초 목적과 달리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직접 모집에 나서기도 해 빈축을 샀다.
한국관광공사는 2014년 3월부터 5월까지 청와대 사랑채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당초 계획에 없었던‘한식홍보관’을 2억7500만원의 공사비를 투자해 추가 설치했다.
2014년 5월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요리와문화연구소’와 「외래관광객 대상 한식만들기 체험 시연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한식체험관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월 현재까지 6개월 동안 한식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래관광객은 단 한명도 없는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청와대사랑채 한식체험관 운영실적」자료에 의하면, 5월부터 현재까지 24회에 걸쳐 600여명이 한식체험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외래관광객이 아닌 덕성여대, 한양대 등에 재학 중인 언어교육원이나 국제어학원 유학생들이었다.
특히, 이 중에는 위탁운영업체의 소장이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명지대 한국어학당 학생이 128명이 있었고,나머지는 대부분 한국관광공사가 공사의 일본팀이나 중국팀을 통해 직접 동원하거나 대학교 등에 공문을 보내 체험 협조를 요청한 실적 등이다.
청와대사랑채 내부 직원은 “대통령 지시사업이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청와대사랑채 한식홍보관은 청와대 방문 외래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한식만들기 체험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식홍보관 위탁계약서 제목도 「외래관광객 대상 한식만들기 체험 시연 위탁운영 계약」으로 대상을 외래관광객으로 제한하고 있다.
청와대사랑채 센터장도 “한식홍보관이 목적은 청와대를 찾는 단체관광객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깐 머물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단체 외래관광객들에게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한식체험은 애초부터 참여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었다.
박홍근 의원은 한국관광공사는 향후 프로그램 참석 대상을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가구 전업주부 등 국내거주 외국인으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4km 인근에 이미 유사한 한식체험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문화재단의 ‘한국의집’이 있고, 과연 우리나라에 몇 년 동안 머물며 지내는 이들에게 국비까지 들여 한식체험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청와대사랑채 한식홍보관은 대표적인 충성행정의 실패작”이라며 "대통령의 지시라고 수요조사나 타당성 조사 없이 무턱대고 덥석 사업을 벌이고 보는 후진적인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외래관광객에게 한식체험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만큼 한식홍보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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