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우리나라 한 증권사 관계자가 후강통 출시를 앞두고 한 이야기다. 중국 상하이 홍콩 증시 교차거래 제도인 후강통 준비 작업에 각 증권사마다 바삐 움직이고 있다. 비록 후강퉁 출범이 미뤄지긴 했지만 당분간 후강통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후강퉁은 중국 자본시장 빗장을 여는 첫 걸음이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 즉, 13억 중국 개인투자자의 해외 증시 투자다.
최근 중국인 '왕서방'은 우리나라 증시 큰손으로 부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 채권 시장에 유입된 중국계 자금 잔액은 2008년말 3711억원에서 지난해 말 20조8000억원으로 40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 8월까지 증시에 유입된 순매수 자금은 2조85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24%에 달했다.
하지만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중국 개미투자자를 오게 하려면 우리나라 증시가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지난 세월 동안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중심 수익구조, 자본력 열세, 글로벌 경쟁력 취약 등 질적으로 부족하다. 금융당국도 잇달아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목말라한다. 자본시장에 중국 전문 인재도 턱없이 부족하다. 훗날 중국 개미투자자의 해외 증시 투자가 허용된다고 해도 자금은 오히려 한국에서 중국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향후 13억 중국인의 해외 직접 투자가 허용될 때를 대비해 우리나라 증시 매력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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