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현대중공업이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투톱 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노조와의 관계가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데다 바닥까지 떨어진 회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처방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각각 열고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 회장과 권오갑 그룹 기획실장 겸 사장을 등기임원 및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조선업을 세계 1위로 이끈 인물로 조선업계의 전설로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며,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를 맡은 지 1년 만에 정유사업 이익률 1위를 끌어내는 등 위기경영 전문가로 손꼽힌다.
출발은 쉽지 못하다. 사측은 주총 이전까지 답보상태를 거듭해 오던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대화를 재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해야했다. 이런 가운데 3분기 경영실적 집계 결과는 회사 설립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회사측은 현재 진행중인 모든 프로젝트들에 대한 원가산정을 다시 한 뒤 위험요소들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전환해 전액 회계 처리하면서 당초보다 더 큰 폭의 발생 가능한 손실을 추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 회장·권 사장의 대표이사 체제 출범에 맞춰 모든 부실을 털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원의 30%를 교체하며 체질개선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과 권 사장의 경영·생산 노하우와 새로 임원으로 승격된 ‘젊은 피’들과의 융합을 통해 조선업 1위를 이끈 성장 엔진을 재가동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의 사업 부문 추가 개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력 사업인 상선시장에서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시장 공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또 유가 하락으로 발주가 줄고 있는 해양플랜트보다 셰일가스 개발에 발맞춰 육상플랜트 육성을 기본으로 한 사업부간 조정도 예상된다.
노사관계 정립과 침체에 빠진 회사분위기를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관심사다. 최 회장이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고, 권 사장이 복귀 직후 임직원을 위한 호소문을 직접 나눠줬던 만큼 노사화합을 위한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임단협이 성공리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분위기 쇄신을 위한 깜짝 보너스 등도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두 경영진의 복귀는 회사 발전을 위한 구심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현업에서 물러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던 만큼 변화된 시장상황에 얼마나 알맞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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