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헌재의 선거구 조정 결정이 남긴 진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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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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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1 로 바꾸도록 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한마디로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1표가 인구가 많은 지역의 3표와 같은 효력을 갖게 돼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전국에 선거구 조정 후폭풍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결과, 하한 인구수를 약 13만9000명으로 잡고 선거구 인구편차 2대 1을 적용하면 인구상한 초과 선거구는 37개,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는 25개로 나타났다.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될 인접 선거구까지 246개 지역구의 절반 이상이 조정 대상이 되는 셈이다.

정치권은 생각치도 못했던 헌재의 이번 결정에 시쳇말로 ‘멘붕’이다. 겉으로 크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법 개정시한이 내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 조정에 따른 의석수 확보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머리가 복잡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벌써부터 각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선거구를 새로 그으면서 정당과 의원들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이전투구을 벌일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국회가 그랬던 것처럼 지역구 의원 수를 늘려서 헌재의 기준에 맞추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헌재가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 1로 하고 법 개정 시한을 2003년 12월31일로 하도록 결정했지만, 국회는 그날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해 위헌 사태를 빚었다. 결국 이듬해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따른 혼란을 틈타, 지역구 의석을 16대 총선 때보다 16석이나 늘린 법을 통과시켜 국민적 비난을 샀다.

다만 이번에는 선거구 조정에 더해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불 붙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개혁’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심지어 헌법 개정이 필요한 양원(兩院)제 도입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5년 대통령 단임제 변경과 맞물려 개헌론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향후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든,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정치권이 풀어야할 진짜 숙제가 무엇인지 아직 여야 모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이번 선거구 조정 과정을 ‘인적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여타 반발을 뒤로 하더라도 ‘지역구 신설’은 불가피하다. 사실 지역구 1곳의 신설은 새로운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당 정치측면에서 봤을 땐, 기존 계파나 인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완전히 ‘열린 정치의 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신설되는 지역구에 기존 정치인이 아닌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면, 여야는 선거구 조정에 따른 당리당락 비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때문에 각 정당마다 신설 선거구를 인적 쇄신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혁신’을 외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른 선거구 조정이야말로 정치권 혁신을 위한 초석인 인적 쇄신의 마중물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원망만 하지 말고, 헌재가 던져준 이같은 혁신과 명예회복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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