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시리아 내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남녀 평등을 명시한 법령을 공포했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영국에 본부가 있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자치정부는 '이슬람국가'(IS) 지하디스트의 남녀 차별 조치에 맞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허용하는 법령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북동쪽 하사케 지역의 쿠르드족 자치정부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법령에서 “여성은 공과 사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포된 법령의 주요 내용은 국제적으로 여성의 존엄성과 권리를 짓밟는 대표적인 악습으로 여겨지고 있는 강제조혼, 명예살인, 일부다처제를 모두 금지한다는 것.
여성은 18세 이상이어야 결혼할 수 있고 본인의 동의 없이 결혼을 강요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일부다처제와 명예살인,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도 금지된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악습이다. 주로 요르단과 이집트, 예멘 등 이슬람권에서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 또는 간통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런 여성을 남편 등 가족 중 누군가가 살해하는 것이다.
여성의 권리는 대폭 확대해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상속권과 법정 증언 권한뿐만 아니라 세 번째 아이까지는 유급 출산휴가를 부여한다.
현재 이슬람권에서는 남자가 부양 능력이 있으면 4명의 아내를 가질 수 있다. 여성은 상속권이 제한되고 법정 증언도 제약받는다.
이에 대해 라미 압델 라흐만 SOHR 소장은 “IS 지하디스트를 겨냥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민권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쿠르드족 자치정부 법령은) 오랫동안 보수적 사회 관습의 지배를 받아온 쿠르드족 사회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쿠르드족은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3개 지역에 자치정부를 설립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