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이슬람국가(IS)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인 구호활동가 피터 캐식(26)을 참수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IS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IS 비난 여론이 더욱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결국 지상군 투입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S는 이날 미국의 지상군 개입에 대해 경고하며 피터 캐식을 참수하는 16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IS 측은 참수 동영상에서 "미국은 4년 전 이라크에서 철수했지만, 거짓말이며 예전보다 더 많은 미군이 이라크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영상에서 IS 측은 캐식을 ‘미군’이라고 지칭해 이번 참수가 미군에 대한 보복이란 사실을 알렸다.
IS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지상군 투입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IS 격퇴를 위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야당인 공화당이 최근 열린 미국 중간선거 승리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의회 기류가 이라크 지상군 파병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향후에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의 취임이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지상군 파병 없는 현행 공습 위주의 IS 격퇴작전은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군의 이라크 지상군 파병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15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뎀프시 의장은 IS 격퇴를 위해 지상군 파병을 주장했던 인물 중 한명으로, 그의 이번 행보가 IS 격퇴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IS의 참수 동영상 공개는 미국의 지상군 투입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상군 투입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오바마 대통령마저 미세한 태도변화 기류가 읽히면서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IS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을 예로 들며 "지상군을 배치해야 할 상황은 언제든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캐식의 참수를 확인한 뒤 IS를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IS가 같은 식으로 살해한 제임스 폴리, 스티븐 소트로프의 이름을 거명하며 "IS의 행동은 이슬람을 포함해 어떤 신앙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캐식이 밝힌 빛이 결국 IS라는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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