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낙하산인듯 낙하산 아닌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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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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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금융부 기자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낙하산 텃밭'이었던 은행연합회장 인선에 변화가 생겼다. 1대 김준성 회장부터 현 박병원 회장까지 10명 중 8명이 관피아(관료+마피아)였던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내정된 것이다. 한미은행장을 지낸 신동혁 회장(8대) 이후 꼭 11년 만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금융권 전반에 퍼진 관피아 척결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하 전 행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리기 전에도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순수 뱅커' 출신들이 물망에 올랐었다.

그런데 좀 마뜩잖다. 은행연합회장은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보니 여전히 관(官)의 입김에 좌우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모나 외부기관의 후보 추천을 받는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와 달리 은행연합회는 주요 은행장과 현직 은행연합회장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이사가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이사회가 낸 후보를 총회에서 그대로 선임하는 식이다.

하 전 행장 내정에 대한 반감 기류도 나온다. KB 회장 공모 때도 주요 금융 관료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하 전 행장을 끌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당시 KB국민은행 노조는 하 전 행장에 대해 "국부유출 논란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내정설, 정치권 지원설에 휩싸여 있다"면서 반기를 들었었다.

결과적으로 하 전 행장이 KB 회장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은행연합회장에는 이름을 올렸다. 일부에서는 "대체 하 전 행장의 '줄'이 얼마나 튼튼하길래 아쉬운대로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챙겨줬을까"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하 전 행장의 성과까지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최장수 은행장을 지낸 만큼  국내외 금융 현안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원만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적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은행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수장 자리를 뽑는 절차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며칠 전 한 시중은행장이 농담삼아 던진 "우리가 뭐 힘이 있겠냐, 위에서 정해주는 거지"라는 말이 진담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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