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분위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금융권 전반에 퍼진 관피아 척결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하 전 행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리기 전에도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순수 뱅커' 출신들이 물망에 올랐었다.
그런데 좀 마뜩잖다. 은행연합회장은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보니 여전히 관(官)의 입김에 좌우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모나 외부기관의 후보 추천을 받는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와 달리 은행연합회는 주요 은행장과 현직 은행연합회장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이사가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이사회가 낸 후보를 총회에서 그대로 선임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하 전 행장이 KB 회장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은행연합회장에는 이름을 올렸다. 일부에서는 "대체 하 전 행장의 '줄'이 얼마나 튼튼하길래 아쉬운대로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챙겨줬을까"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하 전 행장의 성과까지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최장수 은행장을 지낸 만큼 국내외 금융 현안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원만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적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은행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수장 자리를 뽑는 절차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며칠 전 한 시중은행장이 농담삼아 던진 "우리가 뭐 힘이 있겠냐, 위에서 정해주는 거지"라는 말이 진담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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