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최근 지하철 승무원 자살사고가 잇따르면서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12시께 백모(42)씨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11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1996년에 입사한 백씨는 서울메트로 2호선 대림 승무사업소에서 지하철 운행 담당 차장으로 근무했으며 2006년부터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2달 전에는 도시철도공사 승무원 송모씨가 역시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메트로 승무원도 올해에만 벌써 2명이 자살을 했다.
서울메트로 역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1인 승무체제로 운영되는 도시철도공사 승무원은 차장과 기관사의 역할을 병행하는 등 근무 강도가 높아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의학계에선 기관사 승무 분야는 스트레스 고 위험군 직종으로 분류돼 있다. 승무원은 일반인에 비해 유병률이 15배에 이른다. 일례로 공황장애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7배에 이른다.
특히 운행 중 사람을 치거나 한 경우는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따라 이후 근무를 온전하게 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지하철 근무 직원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막차의 운행이 끝난 뒤 차량기지에서 두 시간쯤 수면을 취하고 다시 첫차를 운행하러 나간다.
이들에게 주어진 수면시간은 두세 시간에 불과한데 숙소에는 네댓 명이 함께 사용하며 모두 스케쥴이 다른 관계로 들락날락 거리기 다반사다. 때문에 대부분 승무원이 가수면 상태라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2인1조로 이용할 수 있는 추가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노사가 공감하고 있으나 예산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부족에 따른 휴식시간 확보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지하철 근무 직원은 “병가는 눈치가 보여서 쓰기도 힘들고 본인이 원하는 휴가나 휴일도 마음대로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대기조라는 서브 시스템이 있는데 여기에 편성된 인원이 충분치 못하다 보니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며 “승무직이 만약 아픈 것을 참고 근무하다가 많은 승객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지하철노조 이호영 선전홍보부장은 "다른 사람의 휴가나 휴일 때문에 대체근무를 하게 되면 심할 때는 한 달에 고작 2~3일 정도만 쉴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며“심리적 폐쇄감과 나쁜공기, 승객들의 민원에 시달리는 승무원들을 위해 근무환경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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