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는 도시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가장 어렵게 해보는 야외 버라이어티다. 연예인(이서진, 옥택연)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살면서 직접 농사도 지어보고 가축도 길러보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 나영석 PD는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꽃보다' 시리즈 다음 프로그램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반응 또한 뜨겁다. 4.29%(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로 시작하더니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방송 5회 만에 7%에 가까운 자체 최고 기록을 만들어냈다. 닐슨코리아와 CJ E&M이 공동 개발한 콘텐츠 파워 지수 CPI(Content Power Index)에 따르면 '삼시세끼'의 인기는 KBS2 '개그콘서트'나 MBC '우리 결혼했어요4', '일밤-런닝맨'보다 높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파급력, 나영석 PD는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2연타를 날리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미다스가 됐다.
'삼시세끼'의 절반은 편집에 의해 탄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 마을에서 이틀 혹은 사흘 정도를 머무르며 있었던 일을 촬영한 테이프를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르고 붙이고, 그 안에 CG(컴퓨터 그래픽)이나 자막 등을 넣어가며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삼시세끼'다. 방송 관계자들은 "'삼시세끼'는 나영석 PD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 먹고 자고 대화하는 모습만 가지고 이런 방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나영석 PD만의 능력"이라고 칭찬한다.
반면에 나영석 PD는 편집을 고려하지 않는다. 촬영 현장에서는 이서진과 옥택연이 노는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둘의 행동 반경이나 스케줄, 동선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나영석 PD가 편집을 고려해 어떤 장치를 설치했다면 지금의 리얼리티는 없었을 게다.
"촬영장에서는 저도 '과연 이게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편집해야 재미있을까' 싶어요. 하하. 편집 후에 만들어질 내용을 궁금해하면서 촬영하죠. 촬영 PD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편집을 해야 할지 고민해요. '이런 스토리로 가자', '이번에는 이 느낌을 더 살리자' 등의 회의를 거치는데 대부분 젊은 PD들의 역량이 상당해요.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아이디어는 더 좋더라고요."
'미대 오빠' 이서진과 '짐승돌' 옥택연의 좌충우돌 귀농기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꽃보다 할배'를 통해 본 이서진의 예능감과 가요 무대에서 본 옥택연의 매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만들어낼 시너지는 나영석 PD가 둔 한 수였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두 사람이 나이 차가... 18살 차이거든요. 띠동갑도 훨씬 넘는 나이 차에 서로 거리감도 없지 않았죠. 둘을 섭외했던 이유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면서 어느정도 친분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서먹한 느낌이 있어서 걱정했어요. 평소 이서진 씨가 옥택연 씨를 '열정적이다'라고 칭찬한 것도 어느정도 캐스팅에 작용했고요. 하하. 지금은 전~혀 서먹하지 않고 굉장히 친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해야 하는 제작진으로서, 또 촬영현장에서는 지켜만 봐야 하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재미있어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이 무언가에 몰입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물가에 박스를 가져가서 냉장고를 만든다든가 읍내 철물점 아들과 친구가 되어 오는 부분은 저희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에요. 뭐가 재미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그들만의 영역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갈 때 희열을 느끼죠. 아, 첫 촬영 날, 처음으로 그 집에서 자야했을 때 두 사람이 가장 당황해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저희는 너무 웃겼죠. 하하."
지금까지 이서진과 옥택연의 보금자리에 다녀간 스타는 윤여정, 최화정, 류승수, 백일섭, 김광규, 김지호, 고아라 등이다. 윤여정과 최화정은 여배우의 포스를 남긴 채 떠났고, 김광규와 류승수는 이서진에게 욕만 먹고 갔다. 고아라는 옥택연의 볼을 붉게 물들였는데 대부분 이서진과 친분이 있는 스타라 왠지 모르게 이서진이 게스트 섭외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냄새가 난다.
"아마 '참 좋은 시절' 출연 배우가 많이 나와서 이서진 씨가 초대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정말 착각이에요. 게스트 섭외는 전적으로 제가 다 합니다. 이서진 씨는 누가 오는지, 오기는 오는지 전혀 몰라요. 진짜 리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알리지도 않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아요."
벌써부터 '삼시세끼' 겨울판을 기획 중이라는 나영석 PD에게 인기 비결을 물으니 "시청자분들이 많이 지치고 힘든가 봐요"라고 에둘러 말했다. 뒤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시골에서의 2박3일은 꿈같은 일인데, '삼시세끼'는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정반대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나영석 PD는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은, 아무런 위기도 없이 흘러가는 삶을 보며 한숨 돌리고 싶은 현대인들이 '삼시세끼'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1박 2일'부터 '꽃보다' 시리즈까지 여행 프로그램에 강세를 보였던 나영석 PD가 요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모두 이서진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 방송 당시 제작진이 이서진에게 '요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면서 농담처럼 제안했던 가상 프로그램 '요리왕 서지니'가 현실화 된 것이다. 당시 제작진은 할배들(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입맛에 맞는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서툰 솜씨로 고군분투하는 이서진의 모습에서 '삼시세끼'를 착안했다. 고로 '삼시세끼'는 이서진에게 진짜 음식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던 제작진의 '배려'와 '사랑', '관심'이 듬뿍 담긴 '힐링'프로그램이다.
"이서진 씨는 제가 좋아하는 형이에요. 예능인으로서 이서진 씨의 매력은 시청자들이 보는 그대로죠. 신기할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나 실제에서나 똑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뽑아내고 싶은 욕심이 드는 배우죠. 이서진 씨도 저를 통해서 잠시 외도하고 있는 것 같고요. 하하. 유학파 출신으로서 도회적 이미지를 가진 이서진 씨가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서진과 나영석 PD의 케미(케미스트리, chemistry)는 '꽃보다 할배'를 통해 입증됐다. 속고 속이고, 뺏고 빼앗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화도 내봤다가 애교도 부려봤다가.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은 미국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속 주인공을 능가한다.
'꽃보다 할배'에서 나영석 PD에게 된통 '당했던' 이서진이 또 한 번 꾐에 넘어갔다는 것은 사실 쉽게 믿기 힘들다. '그렇게 속고도 또 속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서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삼시세끼' 출연 여부를 알게 됐다고 하니 더더욱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데뷔 16년 차 베테랑 배우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속았다'가 '꽃보다 할배'처럼 몰래카메라로 속았다는 게 아니에요. 처음에 내가 요리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하니까 '좋은 건가?'라고 생각했다가 두 시간 만에 농촌으로 간다고 하니 '아 또 속았구나'라고 생각했던거죠. 제가 당당할 수 있는 건 방송을 위해서 몰래카메라를 찍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꽃보다 할배'때 워낙 힘들었기 때문에 편안한 환경에서의 촬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해보니 고생의 문이 훤했나 봐요. 그래서 '저 인간한테 또 속았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저는 속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하."
"이서진 씨와의 마찰이요? 하하. 이서진 씨가 겉으로는 상당히 툴툴거리고 차갑게 굴지만 굉장히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에요. 보통 연예인들은 나이 어린 스태프는 잘 몰라요. 그런데 이서진 씨는 스태프 한 명 한 명, 얼굴부터 이름까지 다 외우고 있죠. 누군가 다른 스태프가 새로 오면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으며 소개해달라고 할 정도로 눈썰미도 있고요. 저랑 티격태격하는 건 방송을 위한 재미죠. 프로그램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에 대해 믿음도 생겼고요. 그만큼 친해졌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나영석 PD는 '삼시세끼'를 마친 후 곧바로 '꽃보다' 시리즈 제작에 돌입한다. '삼시세끼' 겨울판도 동시에 진행코자 한다는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나영석 PD 표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의 방송'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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