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한국경제는 아직도 글로벌 통화 흐름을 관망하는 자세다. 더 이상 모니터링에 의존할 경우 세계 경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 글로벌 시장은 통화 정책이 내년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내수와 수출, 두 토끼 잡기는 역부족…선택과 집중 절실
글로벌 통화시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출구전략)과 일본·EU·중국 등 양적완화로 양분돼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테이퍼링에 시동을 걸었다. 3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문가 예상을 뒤엎는 선전으로 출구전략이 순항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확실한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출구전략과 양적완화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한 채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도 양적완화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이미 한국은행에서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서 내수침체를 방어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올해 경제전망도 3.5%로 낮췄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는 양적완화에 대한 견제를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호주에서 막을 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일본의 양적완화를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등 국제 공조에 나섰다. 한국이 테이퍼링과 양적완화 모두 동조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중립’을 고수하는 사이 한국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소비자물가가 0%대에 진입하면 사실상 디플레이션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내놨지만 현재 흐름으로 볼 때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중국이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하면서 한국의 국제공조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내년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통화정책 카드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내수친화정책 한국경제 흐름 바꿀까
중국의 금리인하는 한국 정부에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돈 풀기 전쟁에 가세하자 국내 금융시장은 이해득실을 따지는데 분주해졌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 조짐을 완화하고 위안화 강세 흐름을 저지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7.3%로 5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는 점도 금리인하의 배경이다. 철저하게 내수 중심으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환율 방어적 성격도 갖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와 밀접하게 연동해 급격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중국의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인민은행 금리 인하 조치는 유로화와 엔화 가치만 급격히 하락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의 양적완화 가세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은 환율전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산 매입 규모와 속도를 키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점도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중국 금리인하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의 금리인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금리인하를 환영하는 눈치다. 다만 중국 금리인하가 장기적 성격을 보일 경우 통화가치가 낮아진 위안화 러시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은 수출 품목 절반 이상에서 한국과 경합하는 최대 경쟁국”이라며 “위안화 가치하락이 장기적으로 흐를 경우 중국 제품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국가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특히 통화정책은 맞대응 하던지, 국제공조를 강화하던지 한 가지 정책에 집중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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