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시행 5개월째로 접어든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활성화 정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을 각각 70%, 60%로 완화해 대출 문턱을 낮췄지만 취지와 달리 대출 접근성만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10월과 11월 예금취급기관과 은행의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발생시키는 여러 위험요인을 감안할 때 LTV·DTI 규제 강화, 이자율(금리) 수준 정상화를 통해 적정한 가계부채 접근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부동산 담보대출을 쉽게 받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게 서민 금융정책의 목표가 돼선 안된다”며 “거시경제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 부실이 커지고 실물부문과 금융시장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온 것은 가계빚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가계대출이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회의론에 힘을 보탰다. KDI는 "LTV와 DTI 규제완화와 금리인하가 동시에 진행돼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LTV 상한(70%)은 적정한 수준이지만 DTI 상한(60%)은 조금 높은 수준”이라며 "내년 경제정책에 돈 빌리는 사람의 현재 소득뿐 아니라 미래의 소득 흐름까지 감안해 DTI를 산정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사실상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가계부채는 한은의 발목도 잡았다. 지난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다면서도 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경기 탓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때지만 8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크게 늘고 있는 가계대출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0%를 넘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최근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추세도 빨라졌다"고 우려했다.
이렇다보니 금융위원회는 농협과 수협,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금융위는 은행권 가계대출은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가계부채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정부가 제1금융권도 겨냥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가계대출 부실 위험도를 줄이는 동시에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LTV와 DTI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적용돼야지, 일률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소득이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한도를 결정하듯 LTV와 DTI도 지역과 나이를 고려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예를 들어 앞으로 소득창출 여력이 큰 젊은 세대에는 높게 적용해도 상환할 수 있지만 반대로 노년층은 여력이 작은 만큼 낮게 적용해야 한다"며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쪽이 정책 효과 및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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