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질 롯데마트 '잠정제재'…'부당이득' 산출 작업 착수

이마트·현대백화점 납품업체 '횡포 제재'…롯데마트 잠정 과징금

現시정명령·과징금 처벌 외 부당이득금액 등 +α 조치 나온다

[사진=아주경제신문DB]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납품업체들에게 시식행사 비용을 떠넘기고 타사 경영정보를 빼내오도록 지시한 유통업체가 철퇴를 맞은 가운데 롯데마트를 향한 추가적인 칼날은 더욱 매서울 전망이다. 롯데마트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벌 외에도 부당이득금액에 대한 추가 제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 유통거래과는 149개 납품업체의 상품을 대행업체를 통해 판촉행사하면서 관련비용 16억500만원을 납품업체에 전액 부담시킨 롯데마트의 부당이득금액 산출 작업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날 납품업체들에게 타사 경영정보를 빼내도록 강요한 행위로 이마트·현대백화점에 대해 각각 과징금 2억9000만원을 결정했다. 시식행사 비용인 16억500만원을 납품업체에 전액 전가한 롯데마트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13억8900만원을 잠정 부과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제재 수준은 잠정일 뿐 차후 조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의 이번 조치수준(시정명령·거래상대방통지명령·과징금납부명령)과 더불어 부당이득금액에 대한 지급(반환) 명령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부당이득금액은 역대 공정위로써는 이례적인 제재안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부당이득산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 못하는 등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따져왔다.

여기에 리니언시 등 감면 사유가 복합적으로 더해지면서 제재 금액은 실제 매출액이 비해 턱없이 적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은 늘 꼬리표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산정 때에는 부당이득 규모를 고려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힘들뿐더러 실질적인 부당이득 환수도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과징금 산정에 중요한 부당이득 고려요소를 공정위가 체계적으로 따져야만 공정거래법 취지상 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현재 롯데마트의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금지되는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행위다. 대규모유통업법상에는 판매촉진행사 비용의 절반을 서로 부담하도록 규정하는 등 약정을 맺도록 돼 있다.

납품업체가 원래 부담할 비용은 8억원 가량. 다시 말해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에 전가한 액수는8억 정도로 파악된다.

때문에 롯데마트가 취득한 부당 이익은 반환명령을 내리되, 제재적 수준으로 부당이득에 관한 +α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마트 조치수준은 추가적인 제재여부에 따라 과징금이 달라질수도 있다”며 “부당이익금액에 대한 지급명령을 추가할지 여부 또한 전원회의를 통해 논의될 사안으로 부당이득금액 산출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올해 4월 초까지 창고형 할인매장인 VIC마켓 4곳에서 총 1456회의 시식행사를 진행, 단 한푼의 비용을 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마트가 149개 납품업체 식품의 시식행사를 계획하면서 시식행사 비용인 16억500만원을 납품업체에 전액 전가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시식행사는 자기 점포의 매출 활성화·상품재고 부담해소 등 판매촉진을 위한 것이나 납품업체가 대행업체에 지급하도록 꼼수를 썼다.

시식행사 비용은 대부분 시식행사 진행인력의 급여·보험료·식대, 조리기구·일회용품, 교육·감독인력 인건비 등으로 납품업체들과 행사비용 등에 관해 약정조차 마련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다 결국 공정위에 덜미를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