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내레이션은 포기 못 해'…임성한 성향 고수하는 '압구정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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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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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막장 드라마'로 주목받아온 임성한 작가가 '압구정 백야'에서도 자신의 성향을 꺾지 않았다. 자신의 드라마에 중고신인을 출연시키고, 출연자에게는 독특한 작명 센스를 드러낸다. 임성한 작가의 글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유의 문체와 특징도 묻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레이션을 삽입하며 여전한 고집을 표현했다.

15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극본 임성한·연출 배한천 최준배)에서는 장화엄(강은탁)에게 흔들리는 백야(박하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집에서 백야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던 장화엄은 어린 시절 백야가 자신에게 만들어줬던 카드를 건넸고, 백야는 감동했다. 백야는 그런 장화엄을 바라보며 홀로 '이렇게 오빠랑 살 수 있으면, 신이 그 복을 허락한다면 여기서 포기하고 접을 텐데'라며 마음 놓고 장화엄을 좋아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했다.

조카를 재우면서도 '할머니란 사람 때문에 준서 유복자 됐다. 평생 아빠 없이 살아야 돼. 당신 한 사람으로 인해서 몇 명이 불행한 거야? 남편 없이, 아무도 없이 혼자 늙게 할 거야. 살아봐, 외로움이 어떤 건지. 부모 한 사람이 집으로 치면 지붕이나 마찬가지인데, 지붕 없는 집에서 비 맞아가며 눈폭풍에 오들오들 떨면서 살았어. 우리 같이 죽자고요. 느끼고 알아야 다음 생에 안 살지. 그래야 누구 또 불행하게 안 하지'라는 속마음을 드러내며 자신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동안 출생의 비밀, 불륜, 차원이 다른 시월드로 소위 말하는 '막장 코드'를 두루 갖추고 있는 '압구정 백야'는 전작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오로라 공주' 등에 비해 다소 싱겁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개 사주보기, 유체이탈, 염불 외기 등 황당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 것에 비해 '압구정 백야'는 아직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히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의 성향은 여전하다.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이 갑자기 등장해 흐름을 깨고 있는 것. 드라마에서 내레이션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행동과 표정, 분위기 등으로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 극에서 오로지 배우의 속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제작진에게는 편리함을, 시청자에게는 불편함을 안긴다.

이날 강하나의 내레이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예고하는 모습이 상대에 대한 눈빛, 말투,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두고봐, 복수할 거야'라는 말 한마디로 쉽게 정리됐다.

부길라의 엄마 사비나(이보희)와 사비나의 시어머니 박부자(최선자)의 속마음을 내레이션으로 표현하는 설정은 '하늘이시여'(2006년)에서 많이 쓴 기법이다. 그리고 '압구정 백야'에서도 임성한은 자신의 성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오로라 공주'처럼 임성한의 드라마를 '욕하며 보는' 시청자는 없다. 특이할 정도로 지나치게 성공했던 전작의 길만 좇는다면 작품에 대한 눈이 높아진 시청자의 리모컨을 고정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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