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온 법’.
18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산업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비스산업법은 이명박정부가 2011년 11월 정부입법으로 발의했으나 당시 여러 의제에 묻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잊혀졌던 서비스산업법 입법화 논의가 다시 부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초 내수활성화를 위해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를 5대 유망산업으로 지목하면서부터다. 박 대통령은 5대 유명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산업법의 처리를 정치권에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자 뒷짐 지고 있던 국회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9대 국회 들어 2년 2개월 만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 법안이 상정됐고, 지난 4일 기재위 주관으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15일 이번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할 법안으로 부동산 3법과 함께 서비스산업법을 지목하며 연내 처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국회는 경제 살리기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29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을 비롯해 경제활성화의 불씨 역할을 할 민생 경제법안,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지지부진했던 서비스산업법을 하루 빨리 처리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지만, 연내 처리는커녕 법안 상정 이후 산업계 전반의 반발을 불러올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까지 서비스산업법 상정이 이뤄졌지만, 향후 입법 과정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기재위 경제재정소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 조세소위 당시 예산부수법안이 자동부의된데 대한 ‘여당의 사과’가 없으면 경제재정소위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재정소위원장인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을 비롯해 김현미 의원, 박영선 의원 등은 대표적인 강성 의원으로 서비스산업법 제정 자체에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무엇보다 서비스산업 내용에 대한 여야간 이견이 크다는 것이 법안 처리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산업의 규정 범위를 일부 교육·의료 분야까지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서비스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및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자금·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법은 무분별한 규제 개혁으로 특히 교육·의료 분야 등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반(反)민생법’이라고 규정하며 줄곧 반대를 해왔다.
특히 서비스산업법에 따라 주요 결정권을 가진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서비스선진위)’의 수장이 기재부 장관이 된다는 점에서 ‘행정독재’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5대 서비스산업의 범주별 특성을 무시하고 단일한 법체계로 묶여 지원·관리하려 한다는 점이 문제”면서 “특히 교육이나 의료 등은 일반 시장 논리를 적용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 법이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영화 법안으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변호사)도 “정부가 제출한 서비스산업법은 서비스산업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제조업, 농림어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이 적용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 법안 제조2호에서 ‘관계 중앙행정기관’도 사실상 모든 부처가 된다는 점에서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꼬집었다.
정형준 의료민영화저지·무상의료실현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서비스산업법은 기재부 장관에 의한 ‘행정독재’가 가능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비스산업법에 따라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서비스산업선진위는 서비스산업으로 규정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서 “선진위 멤버 구성 또한 국회 추천이 하나도 없고 각 부처 장관이 추천해 기재부 장관이 위촉하니, 기재부 장관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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