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꿈틀대는 야권發 정계개편…‘양당제냐, 독자적 진보냐’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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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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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 해산이 결정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사진=아주경제 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야권의 ‘새 판짜기’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진보진영 내 NL(민족자주파)계열을 기반으로 한 5석의 진보당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진보의 공간이 한없이 축소된 데다 야권 내부에서도 ‘헤쳐 모여’ 없이는 권력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시계추가 빨라질 조짐이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22일 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에 대해 의원직 상실(지역구 31명은 의원직 유지)을 결정하면서 지역정가의 반발도 극에 달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독자적 생존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야권발 정계개편에 따른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야권 내 다자흐름, 키는 ‘제1야당’-시점은 ‘4월 보선’

현재 야권 내 정계개편은 ‘다자 흐름’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 정당해산 선고 이후 진보당 인사들은 재야 및 노동계 등과 접촉점을 늘리면서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정희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정당해산 반대 민주 수호 대국민 호소 108배를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또한 함세웅 신부와 명진 스님, 김세균 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은 오는 24일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 이외의 다자 흐름이 진보진영 내부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흐름은 역시 진보당 세력의 신당 창당이다. 진보당 다수 인사가 헌재의 정당해산이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레임덕을 벗어나기 위한 ‘위기 탈출’ 도구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사즉생의 각오로 새로운 신당 창당을 통해 ‘존재감 부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4월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도 가능하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정당법상 △대체정당의 금지(40조) △유사 명칭 등의 사용금지(41조)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선관위에 정당설립의 인·허가권을 부여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진보당 세력의 신당 창당을 막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5개 이상의 시·도당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당원만 확보하면 새로운 정당설립을 할 수 있다. 앞서 ‘국회의원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한 진보당 세력은 향후 ‘신당 창당→4월 보선 출마’ 등을 통해 진보세력 독자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본격적인 흐름이 내년 2월8일 예정된 새정치연합 2·8 전국대의원대회와 4·29 보선을 거치면서 강력한 변곡점으로 격상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제1야당, ‘先정의당’ 통합 선택할 듯…빅텐트 변곡점

핵심 관전 포인트는 다자 흐름인 야권발 정계개편이 현재의 다당제 구도로 흐를지, 아니면 미국식 양당(민주당과 공화당) 체제로 재편되느냐다. 진보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제1야당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수의 진보세력이 새정치연합 중심의 야권 재편을 뒤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본청.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연말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7년 동안 계속된 보수정권의 재연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한번은 뭉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야권발 빅텐트인 ‘대통합론’의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2012년 총선 직전 ‘구민주당·혁신과통합·한국노총’ 간 통합, 즉 ‘야권 중통합’에 머물렀던 야권 통합을 20대 총선 직전 대통합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2012년 총·대선과 올해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 등을 거치면서 ‘세력통합식’ 야권연대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 높은 수준의 야권연대 없이는 의회권력과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당위에 힘을 싣고 있다. 

야권 대통합 흐름은 진보당 해산 사태 이전부터 제1야당 바닥에 깔려있던 정서다. 신기남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5년 중도실용 노선에 반대하며 ‘신진보연대’를 결성, 진보주의와 복지국가 노선에 공감하는 빅텐트를 꾸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정의당 내부에서도 오랜 논쟁거리다. 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에 반발한 뒤 참여계와 NL정파인 인천연합, 진보신당 탈당파(통합연대)가 당을 꾸린 정의당도 ‘민주당의 왼쪽 방’을 차지하는 전략을 놓고 각 정파가 치열하게 내부논쟁을 벌였다.

창당 당시부터 ‘비(非)민주계’를 표명한 참여계와 진보신당 탈당파 등은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정의당 소수 명망가와 하층부의 괴리감이 적지 않아 야권발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진보당 해산으로 촉발한 야권발 정계개편 역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판적 지지의 근본정서인 ‘대마불사(大馬不死)’ 세력통합식 야권통합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야권 재편과 관련,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펀더멘탈인 국민적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진보세력 전체를 안고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정의당과의 통합을 통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야만, 야권의 전체 볼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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