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상수지 흑자 1000억 달러 넘을 전망…세계 5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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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3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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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한국의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기업들이 수출을 잘해서가 아니라 저유가와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반갑지만은 않다.

31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5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의한 수입 추세 둔화로 내년 한국의 경상수자가 108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의 흑자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의 799억 달러는 물론 올해 전망치인 840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세계적으로 경상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는 나라는 드물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2549억 달러로 가장 많고 중국(1828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1326억 달러), 스위스(1039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871억 달러)에 이어 경상 흑자 6위 국가였다.

예산정책처는 내수 부진으로 수입 증가율이 둔화하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것이 대규모 경상 흑자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는 통관기준으로 내년 수출이 2.9%, 수입은 0.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승선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내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75달러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오르고 있어 경상 흑자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상수지가 107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원유 수입 규모가 연간 9억 배럴에 달하기 때문에 저유가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 효과가 25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저유가도 경상 흑자 확대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투자·소비가 좋지 않아 수입이 감소하는 이유가 더 크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상 흑자는 원화 가치를 올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달 본회의에서 위원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수입 비용의 감소는 기존의 경상수지 흑자 폭을 더욱 확대시키고, 장기적으로 원화에 상당한 절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했다.

다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상황에서 큰 폭의 경상 흑자는 한국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많으면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며 "내년에 신흥국들이 외환위기에 빠진다 해도 한국으로 위험이 옮겨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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