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4.2% 떨어진 배럴당 47.9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마감 가격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도 6일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배럴당 51.10달러를 기록해, 50달러선 붕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계속 폭락하자 7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1567.29원, 경유는 1382.22원까지 하락했다.
정부와 한전은 이 같은 국제유가 하락에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하 가능성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전력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한전 역시 전력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연료비 비중이 0.8%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기요금 인하가 어렵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한전은 연료비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LNG나 37%를 차지하는 석탄가격이 낮아져야만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전력수요가 치솟는 여름이나 겨울철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자칫 전력난 등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다분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것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한전은 1년에 한번, 혹은 1년에 두 번 정도 꾸준히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치솟는 유가에 원가부담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산업부 역시 국제유가가 오를 때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전기요금에 관한 정책적 판단을 하는 정부 조차도 판단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방향을 못 잡는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유가 하락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라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한전이 전기요금 인하에 매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에 있어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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