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무한 경쟁 부경 경마에 흠뻑… 우승레이스 지켜보라”
현실에 순응하면 '쳇바퀴 속 삶'을 피할 수 없지만 배는 부르다.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꿈을 버리고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택한다. 오경환 기수 역시 마찬 가지 고민을 했다. 그는 렛츠런파크 서울의 정상급 기수였다. 연간 수득상금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형님 격인 서울경마를 앞지르고 있는 아우 ‘부경경마’에 도전하기 위해 경주를 질주한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김병진)은 새롭게 이적한 용병 기수 오경환(34)가 드디어 경주로에 첫선을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경마 출신의 오경환 기수가 1년간의 기수면허를 부여받고 오는 16일(금) 금요경마에서 첫 승 달성을 위해 나선 것.
오경환 기수는 서울경마공원에서 현역 10번째로 300승을 달성하는 등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최정상급 기수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99년 10월 데뷔전을 치른 오경환 기수는 이후 13년간 군복무와 해외 원정 등으로 기승이 많지 않았던 두 해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해 왔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30승 이상을 기록하며 정상급 기수 반열에 올랐고 2012년 58승의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잘나가는 서울경마를 떠나 다짜고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으로 이적하며 '고생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오경환 기수는 ‘개척자 DNA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자신의 삶이 지나온 궤적 그대로 선택을 내렸기 때문. 2005년 한국기수 최초로 마카오 경마에 진출했던 것도 도전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운동을 해도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2004년 '밸류플레이‘와 그랑프리를 우승 이후 허탈감은 더 심해졌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비인기종목의 한계를 절감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한국과 가까운 마카오 경마가 생각났다. 마카오는 아시아 경마 선진국이었기 때문. 시간이 날 때 마다 이력서를 마사회 국제화 팀을 통해 돌렸다. 드디어 단기 기수면허 허락이 떨어졌다. 마카오에 진출한 오경환 기수가 데뷔 첫날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기수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다.
오경환 기수는 “2011년 코리안더비(GⅠ)에서 부경 경주마들과 경쟁하며 부산경남의 경주마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배우는 많은 것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도전하고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며 “내가 그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기술과 시스템 상에서 서울과 부경의 격차를 줄이면 줄일수록 한국 경마는 발전할 것이다. 그 밀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현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외국 기수들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최근 일본 용병 기수들의 활약이 주춤하면서 한국 기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기승술로 무장한 오경환 기수는 부경경마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조교사와 마주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경환 기수의 뛰어난 기승술이 한국경마 최강의 경주를 보유한 부경 경마에 유기적으로 녹아든다면 본인 최다승인 60승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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