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결혼 초기에 이 사람이 주변에 너무 잘하는 게 시샘이 났어요. 하여간 주변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출동이예요. 그래도 신혼인데 연락만 오면 바로 나가버리니,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엄철호 애니카랜드 문수점 대표의 아내가 투정을 부린다. 잦은 출동으로 자리를 비우는 남편이 못마땅한 눈치다. 엄 대표는 "이 사람아, 그럼 당장 어려운 일 생겼다고 나를 찾는데 가만히 있나"라며 응수한다.
엄 대표가 운영하는 애니카랜드 문수점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출동 대기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주로 출퇴근 시간대에 긴급출동이 많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자동차 긴급출동의 경우 고객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언제든 부르면 반드시 온다', '이 사람에게 정비를 맡기면 믿을 수 있다' 이 두가지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엄 대표는 현장에서 '하나 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긴급출동 현장에서 엔진오일, 타이어공기압, 워셔액 등을 점검하고 보충이 필요하면 바로 현장에서 보충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로 인해 엄 대표의 애니카랜드는 울산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정비센터로 자리잡게 됐다.
이 때문에 엄 대표는 올해 '고객중심 우수실천인 CEO 특별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9년부터 울산광역시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옥동의용소방대'에서 지역내 소방서 차량이 고장났을 때 정비 및 무상수리를 제공하는 일의 지도부장을 맡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서 길에 방치된 차들도 무료로 견인을 해준다. 경찰에서도 이런 차들을 구난할 장비가 없다보니 엄 대표에게 연락을 하곤 한다. 긴급출동을 하다 보면 상상 이상의 요구를 듣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는 "한번은 자동차를 장기간 방치하다 시동을 걸었더니 연료계가 고장나서 안 움직인다는 고객의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다"며 "당시 이 고객은 고장의 원인을 알고 싶어 자동차회사 정비업체를 이미 찾았지만 원인은 못밝히고 수리비도 중구난방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 일은 긴급출동의 영역은 아니지만 자동차를 사랑하는 프로 정비사로서 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기도 했다"며 "피곤한 업무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엄 대표는 울산에서 최초로 저상견인차를 도입하기도 했다. 고급외제차나 사륜구동 차량을 안전하게 견인하려면 꼭 필요한 장비지만 고가의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게 업계의 현실이다.
엄 대표는 "모든 고객에게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신형 자동차가 나오면 차수리에 필요한 첨단장비들도 미리 준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어려운 순간 나를 기억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다면 그 어떤 이익보다 큰 보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