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은행인 기업은행도 기술금융 대출의 88%가 '알던 기업'이었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하라는 애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술금융이란 담보 없이 기업의 기술력만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제도로 지난해 7월 도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인천 계양구갑)이 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기술금융대출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은행 혁신성 평가 1위에 오른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실적(지난해 7월~11월)은 1조278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신규거래기업 대출은 2809억원으로 비중이 22%에 그쳤다. 나머지 9973억원은 기존 거래기업에 대출해준 것이다.
혁신성 평가 2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신규기업 비중이 더 낮았다.
같은 기간 총 기술금융 대출은 9761억원이었는데 신규기업 대출은 1945억원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19%다.
특수은행이어서 혁신성 평가 순위에서 제외됐던 기업은행의 신규기업 비중은 지방은행까지 포함해 가장 낮았다(신규 대출이 없었던 제주은행 제외).
기업은행은 총 대출액이 1조2501억원이었으나 신규거래기업 비중이 1621억원에 불과했다. 고작 12%만 신규기업 대출이었던 셈이다.
도리어 혁신성평가에서는 순위가 낮았던 씨티은행의 신규기업 대출 비중이 높았다. 기술금융 56억원 중 33억원이 신규기업 대출이었다. 비중은 58%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총 기술금융 대출액 8042억원중 51%인 4103억원이 신규 대출이었다. 수협의 경우도 신규대출 비중이 75%였다.
전체 18개 은행들의 총 기술금융 대출액 5조8278억원중 신규기업 대출은 1조5751억원으로 2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신규기업만 발굴해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를 채울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말까지 7500건의 대출건수 목표치를 제시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순위를 매기고 금전적으로도 페널티를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과열 현상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은 "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 맞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지원되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