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관련 상품이 쏟아지면서 논의가 잇따르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별로 "관련 조직을 신설해 통일금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여주기 수준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MB정권 당시 '반짝'한 뒤 사라진 녹색금융의 전철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권에서 통일금융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은 북한개발연구센터를 열었고, 기업은행도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또 기업은행은 IBK경제연구소 내에 IBK통일금융 전략TF(태스크포스)를 설치해 독일 통일금융 사례연구, 통일준비 상품개발 등을 진행했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통일금융 관련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며 통일금융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통일금융 관련 상품 출시가 멈춘 것은 물론 관련 TF에서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관계부처 전문가들로 통일금융 TF를 구성하며 의욕을 보였던 정부조차 한 발 빼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통일 이후 남북의 경제제도 통합 등을 연구하기 위해 가동하기로 했던 부처 합동 TF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를 비롯해 당면한 현안으로 인해 정책 추진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는 사전에 수요 조사 및 실효성 등 시장상황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권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급급했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일금융이 워낙 모호한 개념인 데다 아직 시작단계여서 관련 정보도 부족하다"면서 "(통일금융을) 확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결국 통일금융은 전 정권의 녹색금융과 같은 길을 가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녹색금융은 정권이 바뀌면서 아예 존재가 잊혀진 상태다. 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한 예·적금, 카드, 펀드, 보험, 대출 등을 소개하는 녹색금융종합포털을 보면 2012년 이후 출시된 녹색금융 상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통일금융에 대해 단순히 상품개발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통일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단기간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통일금융은 단순한 상품개발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북한지역의 새로운 금융시스템으로의 이행과 금융시스템의 통합 과정에서 정책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조성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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