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신임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회동했다.
그간 증세 없는 복지 문제를 놓고 이견차를 노출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경제살리기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는 데에 당청 간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문제는 원유철 의장이 이날 회동 결과에 대한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께서)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논란의 진위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원 의장의 발언을 거론, "내가 들은 바로는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적은 없다"며 대통령의 발언 논란 관련 브리핑을 전면 번복했다.
원 의장도 유 원내대표의 공개발언 직후 "대통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복지논쟁보다 경제활성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내가 박 대통령의 풀워딩을 잘못 전달한 게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이미 기정사실화한 브리핑 내용을 사후적으로 굳이 뒤집을 필요까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사이에 모처럼 형성된 관계회복의 기회를 엉뚱하게 날려버리지 않기 위한 '몸조심'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반면 야당은 즉각 비난의 공세를 펼쳤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증세는 국민 배신’이라고 해서 서민 마음에 불을 지르더니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라며 “대통령의 영혼 없는 말씀에 국민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샐러리맨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박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른바 ‘증세복지론’에 쐐기를 박은 데 대해 “이중의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 발언에 대해 “우선 증세를 해서 배신이고, 부자 감세라는 형태로 대기업에 가해졌던 법인세 특혜를 바로잡고 정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가난한 봉급쟁이 지갑을 터는 방식으로 증세를 해 (국민이) 더 분노한 것”이라며 “이중의 배신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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