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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용규 산업문화유산연구소장]
그러나 석탄산업은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급격히 사양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한때 산업전사라 추켜올림을 받았던 광부들은 일자리를 찾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노동력을 상실한 광부들은 늙은 상이용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몰락한 탄광지역의 재생을 위해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폐특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지난 20년간 폐광지역에는 공공, 민간투자 모두 합하여 약 4조8000억이 투입되었다.
여기에는 개발인프라 확충, 주거환경개선, 광해복구, 관광인프라 등 지역개발의 모든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었고, 하천은 폐광된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건만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시뻘건 녹물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
또한 교육과 의료환경의 열악함은 지역의 정주여건을 악화시켜 유소년, 청년은 지역을 떠나고 중장년, 노인이 지역을 지키고 있어 한 세대 이후 과연 지역이 존립가능한지를 묻고 있다. 광산에 의한 광산도시가 카지노에 의한 카지노 도시로 바뀐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유사한 폐광의 경험을 한 독일의 광산지역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을 재생시켰고 그 결과는 어떠할까? 독일의 경우 우선적으로 폐광지역 진흥지구의 요건을 직접적 폐광지구와 간접적 폐광지구, 폐광과 무관한 지구 등으로 지구지정을 세분화 시켜 기금 및 개발자금의 지역 맞춤형 지원을 가능케 했다.
특히 지역간 결속력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자체별 독자사업, 중복사업을 최소화 시켰다. 두 번째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인구유출 방지에 두었다. 왜냐하면 인구감소는 기업유치를 어렵게 하여 지역내 생산이 줄게 되고 결국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게 되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맞기 때문이다.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우리의 강원도에 해당함)와 17개 자치단체들은 직업 재교육 및 주거 환경개선 프로젝트인 이바 엠셔파크 계획을 세웠다. 생태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새로운 건축양식의 주택단지를 건설토록 하여 정주여건을 개선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외지인들의 견학코스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광산지역 주민들은 2년간 원하는 분야의 직업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됐고 교육을 받는 동안 생계비 지원을 통해 생활 안정을 이룰 수 있게 했다. 세 번째로는 환경보전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여 하천을 복원하고 대기오염을 정화시켰고 녹지공간을 확보하였다.
결국 적정인구가 유지되고 주민들의 정주여건이 나아지고 환경이 개선되자 외자유치는 한층 수월해지게 됐다. 2014년 독일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주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스위스나 폴란드 보다 많다.
작년에 만난 요하킴 노이저(J. Neuser) 주정부 경제개발국장은 다음과 같이 지역재생 과정을 설명했다. “대체산업유치는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우수한 노동력이 있고 정주여건이 개선되고 우월한 환경이 확보되면 저절로 달성되는 결과인 것입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이 이바 엠셔파크 계획에 들인 돈이 우리가 지난 20여년 동안 폐광지역에 쏟아 부은 금액의 절반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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