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설 연휴를 마친 여야 대표가 앞다퉈 민생·혁신 ‘올인’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엔저’ 등 신 3저(低)의 늪에 깊숙이 빠진 데다, 박근혜 정부 2년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와 세월호 특별법에 갇히면서 반(反) 정치 문화만 심화되자 민생과 혁신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4일 “(2016년 총선에서) 절대 내 사람을 안 심겠다”며 ‘당원공천권’ 이행을 다짐한 데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가 예방한 자리에선 소통 강화와 경제활성화를 주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당의 단합을 주문한 뒤 신(新) 성장동력 기업을 방문했다.
이는 민생과 혁신 이슈의 주도권 확보를 통해 중간층을 포섭하는, 이른바 ‘중도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996년 미국 대선 당시 빌 클린턴의 승리요인이었던 ‘중도층 다가서기’ 전략인 셈이다.
◆金 연일 쓴소리…존재감 확보 주력
먼저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조직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국민 앞에 우리나라 정치가 안고 있는 모든 부조리의 90%가 잘못된 공천권 행사에서 오는 문제다, 그래서 이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걸로 표를 얻어서 당 대표가 된 만큼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23일) 입각한 현역 의원들을 겨냥,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고 뼈있는 말은 건네기도 했다. 내각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던지면서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인 약속파기 프레임을 건든 것이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한 셈이다.
새누리당 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시그널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김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민생의 성과를 못 내면 당의 총선도 없다’는 말이 들어있는 것”이라며 “‘친위내각’이란 비판을 받는 이들에게 배수진을 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수도권 전패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청이 민생과 혁신에 올인하자는 ‘김무성식’ 정치행보라는 얘기다.
◆文 현장 속으로…Again 2010년 6·2 지방선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되 당의 방침이 결정되고, 거기에 따라 단합해준다면,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변곡점마다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든 당내 강경파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월 셋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새정치연합(33.8%) 지지율이 새누리당(34.7%)을 0.9% 포인트 차로 따라붙으며 ‘문재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상황에서 계파 갈등과 노선 투쟁으로 자멸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문 대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ICT 선도기업을 방문,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ICT 창업의 기업가정신을 깨우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상생과 융합의 ICT 산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인터넷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가미한 경제민주화 행보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어젠다를 확보, 중도층을 파고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야권 내부에선 범야권이 승리한 2012년 6·2 지방선거 모델을 2016년 판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야권은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을 정치이슈화한 뒤 ‘정책+정치+현장’ 이슈를 선점, 압승을 거둔 바 있다.
배 본부장은 이와 관련,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젠다 선점이다. 국민들의 관심사인 먹고사는 문제를 선택하고 경쟁하는, 일종의 ‘선점 전략’”이라며 “나중에 들어오는 쪽은 후발주자로 낙오되는 만큼 이들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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