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기존대출을 먼저 상환해주면 최씨의 신용등급이 올라갈테니 다시 은행권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돌려주면 된다는 조건이었다. 직원이 요구한 알선수수료는 10%. 즉, 최씨가 기대출 완납 후 은행권에서 무려 4070만원을 다시 대출받아 전달하는 식이다. 최씨는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하지만 다행히 금융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을 통해 알아본 뒤 통대환대출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저축은행을 사칭한 직원 역시 불법 사금융업자에 불과했다.
이처럼 다중채무자들을 꼬드겨 불법으로 통대환대출을 받도록 하는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다중채무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자칫 기대출을 상환하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대출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통대환대출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도에 그칠 뿐 근본적으로 이를 차단할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불법 대출업자들이 인터넷 블로그나 전화 등을 통해 다중채무자들에게 통대환대출을 권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사금융업자들은 통대환대출 시 일반적으로 갚아준 돈의 약 10%를 알선수수료로 요구한다. 하지만 통대환대출은 엄연히 불법이다. 더구나 이를 통해 채무자의 빚은 수수료에 해당하는 약 10%나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3년 9월 통대환대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융사도 나름대로 통대환대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경찰도 간간히 통대환대출 업자들을 검거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소비자들은 합법으로 위장한 통대환대출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사에 소속된 대출모집인은 "금융사도 통대환대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3개월 내 2건 이상 대출상환자의 경우 신규대출을 거절하는 등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대출업자들은 당국이나 은행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등 갈수록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기대출 중 은행권 대출을 제외한 2금융권이나 사금융 대출만을 상환하도록 하는 식으로 통대환대출을 유도하는 식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통대환대출을 비롯해 대출사기 등을 적발하기 위해 인터넷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다만 적발을 해도 당국이 직접 제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관련 사실을 전달하거나 소비자경보를 통해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전부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4월 18일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대출사기는 총 5만7514건이며, 이 중 신고자별 세부정보(연령·성별·지역·피해건수·피해금액 정보)가 파악된 것은 1만3915건에 달한다. 이 기간 중 대출사기는 인구 10만명당 142건 발생했으며, 1인당 피해금액은 약 4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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