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가발도 명품백처럼…1인 1가발 시대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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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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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찬 경영 2세, 홍정은 하이모 부사장 본지 인터뷰

홍정은 하이모 부사장이 서울 양재동 하이모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예로부터 풍성한 모발은 부와 권위의 상징이다. 우리 조상들은 신분의 귀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상투·가채 등을 머리에 높게 쌓아올렸다. 먹을 것이 없었던 한국 전쟁 후에도 젊은 여성들의 머리카락은 비싼 가격에 팔렸다. 그러나 아직도 '가발'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스트레스·환경오염 등으로 국내 탈모인구는 1000만명에 육박하는데 가발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된다.

탈모에 대한 현대인들의 고민에 정면으로 맞서 '1인 1가발'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젊은 여자 경영인을 만났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동안에 대한 열망이 강할수록 '풍성한 모발'에 대한 관심도 커집니다. 하이모는 '1인 1가발' 시대를 열어 차세대 종합뷰티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하이모 본사에서 만난 홍정은(37) 부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탈모인구가 증가하면서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가발 시장도 차츰 확대되고 있다"며 "가발도 본인의 외모경쟁력을 높이고, 아름다움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크게 보면 뷰티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1세대를 지난 하이모를 뷰티기업으로 키워 3년 내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아버지 닮은 딸?…"NO, 그 엄마의 그 딸"

홍 부사장은 홍인표 하이모 회장의 둘째 딸이다. 

하이모는 국내 가발 업체 1위 기업으로 전신은 1987년 설립된 우민무역이다. 당시 무역회사에 다니던 홍인표 회장이 일본 출장때 '맞춤가발'을 처음 접하면서 사업 아이템이됐다.

1980년대 가발 수출 회사로 출발해 1999년 맞춤 가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하이모로 사명이 변경됐다. 현재 한국·미국·중국 등에서 50여개의 직영점을 운영중이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642억원이다. 

홍 부사장은 어렸을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길 원했다. 하지만 부친의 설득과 강요(?)로 국내 경영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언니는 여리고 섬세한 반면 나는 추진력도 강하고 털털한 편이라 청소년기때부터 아버지와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며 "어렸을때부터 아들 역할을 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모든 더 악바리 같이 매달렸다"고 말했다. 

강인한 성격과 사업수완은 어머니를 꼭 닮았다. 그의 어머니는 결혼 후 영어를 배우겠다고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간 남편을 대신해 두 자매를 키웠다.

홍 부사장은 "어렸을적 엄마는 매일 새벽 안양과 남대문 시장을 오가면서 아동복 장사를 했는데 물건을 가져오는 족족 완판됐다"며 "언니와 나에게 아동복을 입혀놓고 동네 주민들 앞에서 패션쇼를 시켰던걸 보면 사업감각이 뛰어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부사장의 어머니는 이후 경험을 살려 그린아트라는 조경회사를 설립, 운영했다.

그는 "1980~9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대형호텔과 놀이동산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때 실내장식, 인조 조경, 정원 등을 저희 어머니가 다 맡아하셨다"며 "저의 미적감각과 사업감각 등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물려받은것 같다"고 했다.

◆ 젊은 여성경영인, 패션가발시대 열다

홍 부사장은 지난 2007년 이 회사 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해 부장·이사·상무·전무 등을 거쳐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후부터 그가 공들이고 있는 작업은 '가발=패션 액세서리'로의 인식 전환이다.

첫 작품은 2010년 론칭한 여성 가발 브랜드 '하이모 레이디'다. 그는 남성 주도의 가발 시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을 예상하고 여성용 가발 개발을 서둘렀다.

이 같은 예상은 최근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모발 이식수술의 단가가 1000만원대에서 200만~300만원대로 낮아지면서 남성 신규 가발고객은 줄어드는 반면 여성 패션 가발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부사장은 "여성 고객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 가발을 '명품백'처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미지 전환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미모와 스타일링을 더욱 살려줄 뷰티 액세서리로 자연스럽게 가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20~30대 초기 탈모자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부분가발 '이지헤어'를 론칭했다. 이지헤어는 젊은 탈모인구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탈모 유형인 M자형, O자형 등 국소 부위 전용 탈부착 가발이다.

가발의 가장 중요한 기술인 자신의 머리와도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만족도가 높다. 특히 중화권 대표 스타 알렌 우(Allen Wu)를 앞세워 스타마케팅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치 탈모 진료 결과를 분석하면 20~30대 탈모인구가 약44%로 높은데 아직까지 가발은 '무겁다, 중후하다. 불편하다'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며 "모자나 귀걸이 등 다른 액세서리처럼 가발을 본인의 경쟁력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패션아이템으로 소구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 공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모 인구가 점점 확대되면서 가발에 대한 기존 고정 관념이 사라지고, 개성과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부분가발, 여성패션가발 뿐 아니라 두피 헤어 케어제품, 건강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하이모 2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정은 하이모 부사장이 서울 양재동 하이모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 가발기업 '넘어' 종합뷰티기업

하이모는 연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1991년 개발된 '넥사트모' 기술이다. 하이모 전 제품에 적용된 이 기술은 모발의 큐티클 층까지 살려 인모와 흡사하며, 무게가 가볍고 수분함유율이 낮아 기존 가발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서울대학교와 함께 개발한 입체두상측정기인 '3D 스캐너 시스템' 기술도 가발 선진국인 일본에도 수출할 정도로 획기적이다. 

홍 부사장은 "흑채, 모발이식 등 다른 대체제보다 획기적인 장점을 갖춰야 가발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편리하고 과학적인 가발로 탈모초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심리적, 금전적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에 힘입어 하이모의 매출은 2009년 518억 원에서 지난해 642억 원으로 23.94% 늘어났다.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은 30억원에서 3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부터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에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등 해외 시장개척에도 집중한다.

홍 부사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모발이식 등 탈모 인구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등장하면서 가발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며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이모는 지난 2010년부터는 자연건강사업부를 신설하고 두피 및 건강식품 출시를 통해 제 2차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연구개발해 만든 '하이생'과 '하이생 골드' 등 건강식품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하이모 매출을 1000억원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머리가 풍성하면 인생의 즐거움과 자신감이 생긴다"며 "가발은 사람을 즐겁게하는 산업이라 장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홍 부사장은 "아버지가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소비자들에 공급하는 역할이었다면 나의 역할은 가발이 패셔너블한 한류 뷰티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가발이 갖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1인 1가발 시대를 열겠다"며 "탈모인구를 위한 가발 뿐 아니라 패션 가발, 건강기능식품 등 두피와 모발 건강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종합기업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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