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이라크군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장악했던 티크리트 지역 상당 부분을 탈환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지원 없이 시아파 민병대, 친정부 수니파 부족과 합동 탈환 작전을 개시한 지 9일 만이다.
이라크군은 이로써 모술과 바그다드를 잇는 요충지를 차지하는 전략적 이득을 얻었다. 미군의 도움 없이 이라크군 자체 전력으로 탈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크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티크리트는 사담 후세인의 고향으로 반정부 성향의 강성 수니파가 대부분이다.
이라크군은 이날 오전 티크리트 도심에서 북쪽으로 7∼8㎞ 거리에 있는 카디시야 지역 주요 거점인 군병원을 되찾았다. 이라크군 관계자는 AFP통신에 “우리는 부비트랩(booby trap·건드리면 폭발하는 장치)과 저격수로 대응하면서 매우 신중하고 느리게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티크리트 남부에서 이라크군이 밀고 올라가 티크리트 내 IS 부대를 남북 양쪽에서 협공했다.
이라크군은 또 티크리트 서쪽 경계 지역인 알주후르와 동쪽으로 진입할 수 있는 24번 도로의 알람다리 부근에서 IS와 교전했다. 티크리트 동쪽으로 티그리스 강이 흐르고 알람다리 일부는 IS가 시아파 민병대를 막고자 파괴했다. IS가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이라크 경찰 관계자는 AP통신에 “IS 조직원이 민간인의 차를 빼앗아 타고 티크리트에서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시내 중심부로 갈수록 시가전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S는 다른 지역에서 반격을 펼쳤다. IS는 이날 오전 바그다드 서쪽 안바르주(州) 주도 라마디시(市) 에서 자살 차량폭탄 7개를 동시에 터트렸다. 이 공격으로 최소 10명이 죽고 30여 명이 다쳤다. 라마디 지역은 이라크군이 우세한 곳이지만 시 외곽을 장악한 IS가 이곳을 차지하려고 몇 달간 공격해왔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IS는 터키와 맞닿은 시리아 동북부 국경지대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인 라스 알아인을 목표로 주변 지역을 공격했다. SOHR는 “10일 밤 IS가 라스 알아인 서쪽 30km 거리에 있는 탈 간지르를 점령했다”면서 “IS 부대원 1000여 명이 공격에 참여해 사상자가 수십 명 나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원유 수출이 정부 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라크가 IS 격퇴전에서 유가 급락 여파로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이라크 정부의 수입이 40% 감소했으며 재정 적자가 200억달러(약 22조66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는 IS 제거 작전에 시아파 민병대와 쿠르드족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지원할 재정 부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IS를 격퇴하는 데 3년 이상이 걸릴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는 11일 IS 격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 요청한 기한무력사용권(AUMF)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IS 격퇴 공습작전이 3년 안에 완료될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지상군 투입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민주당 측은 AUMF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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