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국부펀드가 중동 진출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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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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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 팀장

중동의 이미지는 검은 깃발의 이슬람국가(IS)와 잔혹한 처형 장면,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내전의 참상으로 얼룩져 있다. 중동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도 끊임없는 국제적 관심사로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중동 4개국과의 정상 외교는 모처럼 중동의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석유만 많은 줄 알고 있었던 나라들이 우리의 창조경제 모델과 원자로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경제 발전의 비전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환대하는 중동 정상들의 모습이나 '라피크(동반자)', '아크(형제)'라는 표현 속에는 우리와 함께 가자는 의지도 담겼다.

이번 정상 외교의 가장 큰 경제적 성과는 보건의료, 정보기술(IT), 할랄 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 중동은 지난 70년대부터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현지 인프라 건설을 통해 관련 자재 수출을 늘렸고 중화학 공업화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제 지난 40여년간의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앞으로 더욱 구체화하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협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홀딩회사와 맺은 공동투자협력 양해각서(MOU), 아랍에미리트와 맺은 제3국 공동 진출 MOU 등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투자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 교역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협력은 먼저 수익성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사업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금융, 기술, 법률 자문 등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가 끝난 후에도 그 사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포함하면 투자 협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투자 규모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 협력은 성공 복제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투자 협력을 통해 하나의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자금 조달도 그만큼 용이해지고 사업 규모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 국가들과의 제3국 공동 투자 진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물론 장기간의 두터운 신뢰 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정상 외교는 그러한 신뢰를 쌓는 출발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자 협력은 국내 중소기업의 중동 진출을 내실화할 수 있다. 중동 산유국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여 석유 관련 산업 이외의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력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의욕도 상당하다. 국내 중소기업이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력만으로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중동 산유국 기업과의 공동 투자는 그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중동 산유국이 그동안 석유 수출을 통해 조성한 국부펀드와의 투자 협력은 앞으로 저유가로 인해 오일 달러가 줄어드는 국면에서도 중동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부펀드는 중동 개발 금융의 원천으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국부펀드의 역내 투자나 주변 아랍국으로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중동 정상 외교를 통해 우리의 경제발전 모델과 기술력이 중동 산유국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자 협력을 통해 그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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