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의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들이 금융위기에 처한 그리스 부동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최근 그리스 시장에서 저가 부동산 매입의 기회를 노리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그리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5년간 그리스 부동산 가격은 반값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지난 1년간 그리스 부동산 가격은 35%나 급락했다.
중국인들이 이처럼 그리스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싼값에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한 것 외에도 부동산 투자를 대가로 거주비자를 내주는 유럽국가의 ‘황금비자’ 취득에 목적이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 2013년 4월 그리스 정부는 외국인이 25만 유로(약 3억원) 이상의 부동산 투자에 나설 경우 5년짜리 거주허가증을 발급해주는 내용의 그리스 투자 이민촉진법을 비준했다.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은 솅겐조약 체결 27개 국가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거주허가증 만기 도래 시 비자를 갱신할 경우에는 그리스 국적 취득도 가능하다. 국적 취득 이후에는 전 세계 169개 국가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특혜가 부여된다. 이는 해외 여행과 이민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녀 해외유학 열풍과 함께 중국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불만족, 높아진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등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그리스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인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그리스에서 부동산을 구매한 외국인 중 40~45%는 중국인이 차지했다. 이는 러시아(50%~55%)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리스 정부는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에 올해 1월부터 그리스 정부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평생 거류권을 제공하는 등의 투자이민정책 완화에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수많은 외국 자본이 돈가뭄에 시달리는 그리스 경제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과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당시에도 러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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