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나라의 사례는 고용유연화로 집약할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문제를 해결, 경기불황의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나 독일, 네덜란드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에서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커지는 등 노동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노사교섭체계, 경제환경, 문화 등이 전혀 다른 해외의 성공모델을 무턱대고 따라 해서는 안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운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한국판 노동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르츠 개혁은 독일 사민당 총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2003년에 시행한 '어젠다 2010'을 말하며 △해고보호 완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신규채용 시 수습기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다.
독일의 고용인구는 1991년 3880만명에서 2013년 4160만명으로 늘었고, 실업률은 2005년 11.3%에서 2013년 5.3%로 떨어졌다. 만 25세 미만 청년실업률은 2013년 기준 7.8%로 유럽연합에서 가장 낮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역시 노사정 대타협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네덜란드 정부는 1980년대 들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임금 고공행진, 치솟는 실업률에 재정적자까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1982년 출범한 루드 루버스 내각은 노동시장 개혁에 착수하고 노사 쌍방을 강력하게 압박, 임금인상 억제를 통해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바세나르협약'을 끌어냈다.
이어 1993년 노동조합은 기업 수익성을 고려하고 고용주는 노동참여를 증가시키도록 한 '신노선 협약', 1996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괴리를 좁힌 '노동유연성 협약'까지 상호 충분한 논의 끝에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
바세나르협약 이후 위기에서 벗어난 네덜란드는 1990년대 유럽연합(EU)이 연평균 2.1% 성장하는 동안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발전을 거듭해 '네덜란드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진국들의 사례를 국내적 특수성에 맞춰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의 구조개혁 사례를 참고하되, 한국형 구조모델에 맞는지 명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의 노동구조개혁은 노사정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로 고용률을 높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공감대 없이 대타협을 이뤄내긴 힘들다"고 말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두 나라에서는 고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였고 고용창출이 국가적 과제였기 때문에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에도 단시간 근로자를 비롯한 비정규 고용을 늘렸다"며 "(우리나라의)이번 개혁은 독일에서의 노동시장 개혁과 맥락이 다르며, 네덜란드에서의 개혁 경험과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이중구조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ㆍ창출"이라면서 "설령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고, 특히 노사가 담당해야 할 과제와 역할이 더 진지하게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