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재보궐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하지만,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경제 화두에 밀려 4.29 재보선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재보선은 헌법재판소의 옛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종북세력 심판’ 프레임이 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역시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선거 초반 새누리당은‘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종북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하며 ‘정권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지만, 선거가 본격화 되자 여야 모두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재보선은 종북·정권심판 등 심판론 대신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 활성화 프레임을 앞세우는 것이 여야 모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 ‘새줌마’로 ‘지역일꾼’ 승부수
새누리당은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지역일꾼론’을 이번에도 강조하며, 경제 프레임 선점에 의욕적이다.
4.29 재보선기획단장인 이군현 사무총장은 “재보선 지역구 4곳 중 3곳은 옛 통합진보당 위헌 판결에 따른 보궐선거인 만큼 그 책임론을 묻는 동시에 그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지역일꾼’ 후보론을 가지고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달 31일 ‘새줌마(새누리 아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 슬로건을 내세운 4.29 재보선 공약 발표회 자리에서 빨간 앞치마와 두건 차림으로 등장해 지역일꾼론에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이날 “삼시세끼란 프로그램의 ‘차줌마’가 우리 경제와 국민을 살뜰히 챙기는 살림꾼인 새누리당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집권여당 후보를 뽑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고 지역 현안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후보들은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매진 중이다. 허울만 번듯한 경제와 말뿐인 공약을 지양하겠다”며 야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실제 새누리당은 각종 경제지표를 내세워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처리가 야당의 ‘발목 잡기’ 지연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권은희 대변인은 “문재인 대표는 연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족족 반대하며 국회처리를 지연시킨 새정치연합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에 당 대표 회의실 내 현수막 문구도 ‘보수는 혁신 합니다’에서 ‘경제는 새누리, 경제 발목 잡는 정치 OUT!’으로 꿨다.
◆새정치, ‘서민 지갑’ 지키는 ‘유능한 경제정당’ 주력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경제 프레임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여당의 ‘경제 호전’ 주장과 정반대로 ‘경제정책 실패’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재보선 전략 사령탑인 양승조 사무총장은 “새정치연합은 민생 제일 경제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이번 재보선은 경제 살리기와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과 지적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4·29 재보선을 국민 지갑을 훔치는 세력과 국민 지갑을 지키는 세력 간의 대격돌이라고 규정하며 ‘유능한 경제정당’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31일 ‘소득주도 성장’ ‘조세정의 실현’ ‘일자리형 복지 확충’을 재보선 3대 정책으로 발표, 이를 지키기 위한 10대 약속도 발표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8000원으로 인상’‘재정투입 일자리 매년 10만개 신규창출’ 등 가계소득 증대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유능한 경제정당 프레임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당 사상 처음으로 6일부터 사흘간 국회에서 ‘정책엑스포’를 열었다. 이에 질세라 새누리당도 ‘국민을 감동시켜라’는 구호를 내걸고 6일 정책위의장단이 정책워크숍을 여는 등 여야의 재보선 초반 경제 프레임 선점 전쟁이 치열하다.
◆재보선 의미, 지역일꾼>정권심판>종북심판 순
여야가 이 같은 ‘경제 프레임’ 선거 전략은 실제 민심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일~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4·29 재보궐 선거의 의미를 ‘지역일꾼 선출’ ‘현 정권 평가·심판’ ‘종북정당 심판’ 순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선거 이슈가 ‘야권 분열’로 옮겨가면서 야권의 재보선 전통적인 프레임인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지 않고 있고, 옛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종북세력 심판론’도 여야 간 경제정책 공방으로 희석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 유권자들은 △지역일꾼 선출(56.1%) △현정권 평가·심판(32.2%) △종북정당 심판(4.3%) 순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로 꼽았다. 광주 서구을 역시 △지역일꾼 선출(47.5%)에 이어 △현정권 평가·심판(25.4%) △종북정당 심판(5.9%) 순이었다.
성남 중원도 △지역일꾼 선출(47.3%) △현정권 평가·심판(27%) △종북정당 심판(15.8%) 순이었고, 서울 관악을도 △지역일꾼 선출(48.4%) △현정권 평가·심판(30.5%) △종북정당 심판(13.3%)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4개 재보선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RDD를 활용한 ARS여론조사(유선전화) 방식으로 실시됐다. 서울 관악을 563명, 광주 서구을 580명, 인천 553명, 성남 중원 56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률은 각각 2.33%, 3.52%, 3.43%, 1.49%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서울 관악을 ±4.13%p, 광주 서구을 ±4.07%p, 인천 ±4.24%p, 성남 중원 ±4.13%p 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