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본인 스스로를 하동 안의 개구리로 소개할 만큼 하동을 떠나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사람, 시골 공무원 조문환의 눈길이 이번에는 평사리에 머물렀다.
3년 전 읍내 생활을 청산하고 평사리로 거처를 옮긴 작가는 지난 2년간 평사리에서 일상을 담은 사진 에세이 '평사리 일기'를 출간했다.
하동군청 공무원인 조문환씨는 2011년 '시골공무원 조문환의 하동편지'와 2013년 섬진강 에세이 '네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에 이어 세 번째 '평사리 일기'를 출간해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인 지명도와 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 펴낸 '평사리 일기'는 지난 2년간 ‘아시아경제’에 매주 기고했던 것을 다듬고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평사리 일기'는 사소한 일상에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인 작품이다. 한 권의 사진작품집과 같을 만큼 사진에 공을 들였고 여기에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더해 고향에서 온 편지를 받은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흙냄새와 사람냄새를 통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103편의 사진과 글 속에서는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만의 체취가 풍겨났다.
"우리 사회는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 공룡처럼 큰 덩치와 속도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초일류문명에 빠져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낮고 작고 느린 것이 결국 이 땅을 지탱해 내게 한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지켜나가는 곳이 평사리이며 그것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평사리라고 믿어요."
사실 지금까지 그가 펼쳐낸 작품은 모두 그런 그의 사상이 진하게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글과 사진은 기성 작가들처럼 기교를 부리거나 매끄럽지는 않다.
오히려 투박할 뿐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보리밥이나 현미밥처럼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글과 사진은 평사리 청보리밭 물결을 보는 것 같고 형제봉자락에서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평사리의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해 내는 따뜻한 겹눈을 지닌 조문환의 시선을 통해 때로는 우리를 황홀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또 아리게도 하는 무공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편 1963년 적량면에서 태어난 조문환씨는 1989년 공직에 첫발은 내디딘 후 문화관광과 관광마케팅계장, 기획감사실 기획계장을 거쳐 지난해 4월 사무관으로 승진해 현재 경제수산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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