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상선 수주잔량이 2년 만에 세계 3위로 내려앉는 등 회사 총 수주잔량 급감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3조원인 넘는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한 저가 수주 자제, 그룹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조직구조 개편, 고임금 체계 개선을 위한 희망퇴직과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등 다수의 현안을 처리로 인한 영업활동 위축에 따른 결과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세계 1위의 위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주 영업을 자제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방어적 영업에 머무를 수는 없다. 조만간 대대적인 수주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489만6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817만5000CGT),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501만6000CGT)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울산조선소가 3위로 내려앉은 것은 2013년 3월 이후 2년 만이다. 또한 수주잔량이 400만CGT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3년 4월 이후 1년 11개월만이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직후부터 상선 건조가격 급락에 따른 저가수주를 피하기 위해 1년 여 동안 상선 수주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이러한 효과가 반영돼 2012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이 400만CGT대를 기록한 바 있다.
올 3월말 현재 수주잔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8년 6월 1478만CGT에 비교해 3분의 1수준으로, 지난 8년여 동안 조선시황이 얼마나 요동을 쳤는지를 보여준다.
조선사별 수주잔량 실적에서도 현대중동업의 급감세는 두드러진다. 울산조선소와 군산조선소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합친 회사 전체 수주잔량은 13개월만인 올 1월 900만CGT대로 떨어진 뒤 3개월 연속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3월말 기준 954만2000CGT를 기록했다. 특히 2위인 대우조선해양(3월말 기준 897만4000CGT)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는데, 양사의 격차는 2월 2월 85만8000CGT에서 3월 56만8000CGT까지 줄었다. 현대중공업이 2위 업체와의 격차가 100만CGT로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수주량 감소다. 1분기 현대중공업의 조선 수주량은 6억3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8%, 해양 수주액은 5억9300만달러로 35.9% 급감했다. 올해 수주목표(조선 83억5000만달러, 해양 53억달러) 대비 달성률은 7.6%, 11.2%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수년간 상선 수주의 부진을 해양 플랜트에서 메우며 사업 구조의 변화를 추진해왔다. 클락슨리포트에는 플랜트 수주량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상선 수주잔량이 줄었다고 일거리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저유가 지속에 따라 해양 부문의 수주도 정체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수주잔량 만으로 2년은 버틸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회사와 공생하고 있는 협력사의 경영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일정수준 이상의 수주는 진행해야 한다. 회사측도 완전 중단이 아닌 제값받고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영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건조 물량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이 조만간 공격적인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1위 기업으로 규모의 사업체제를 갖춘 현대중공업은 가장 경쟁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데다가 선주들의 신뢰가 높기 때문에 가뜩이나 적은 발주량을 높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면에서 현대중공업에 뒤지는 후발기업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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