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실물 지표가 모두 동반하락 한데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마저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 2분기에는 경기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진단이 너무 낙관적이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물가상승률 5개월 연속 0%대…디플레이션 우려 커져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쳐 3월에 이어 199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뒤 이후 올해 1월 0.8%, 2월 0.5%, 3월 0.4%로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 2000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3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4월 물가가 낮은 데에는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20.9% 하락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1.1%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데다 지난해 상반기 고유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미 유가가 낮았으므로 기저효과가 사라져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생산, 소비, 투자 주요 실물지표 일제히 하락
최근 발표된 생산과 투자, 소비, 수출, 수입 등 대부분 지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전반을 보여주는 3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2월에 2.2% 급등해 기대를 모았지만 다시 꺾였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은 모두 전달보다 0.4% 뒷걸음질했고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위축됐으며 설비투자 역시 3.9% 감소했다.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은 6.8% 밀렸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3월 대형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6.5%, 백화점은 5.7%,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은 4.7% 감소했다.
4월 수출 역시 8.1%, 수입은 17.8% 줄었다. 수출과 수입이 4개월 연속 동반 마이너스다.
하지만 정부는 이 역시 2월 설 효과 등을 고려하면 조정이나 보합 국면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2월 증가 폭이 워낙 커서 약보합세를 나타낸 것으로 추세적으로는 여전히 완만하게 올라가는 모양새"라며 "4∼5월이 되면 지표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낙관론' 안돼…추경 편성 등 정부의 적극적 대응 필요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실물지표의 하락에도 정부는 2분기부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저유가, 저금리 속에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시장 회복세가 소비와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낙관론에 물음표를 던진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진단은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다"면서 "더 이상 경기 낙관론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재 가능성 범위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어려움이 따르면 추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회복의 시점이 2분기가 아닌 하반기 이후로 가는 상황"이라며 "경기 바닥이 다져져야 반등할 수 있는데 바닥이 너무나 약해 2분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 재정절벽을 피하려면 추경 편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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