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대지진으로 800만명이 피해를 본 네팔에 세계 각국 정부와 구호 단체들이 앞다퉈 구호 물품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네팔 정부가 통관 절차를 따지며 시간을 끌어 구호품 조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AFP통신은 “현재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구호 물품이 카드만두 공항에 묶여 있다”면서 “그나마 세관을 거친 일부 물품들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반송되고 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 국장은 “구호물품이 세관을 통과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소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수실 코이랄라 네팔 총리가 과거 협정을 생각해 이러한 행정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네팔은 2007년 재난 상황에서 구호품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통관 절차 간소화를 규정한 유엔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제이미 맥골드릭 유엔 네팔 상주조정관은 “긴급 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통관 절차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군 해병대 대원 100여명과 군용기 6대, 헬기 2대 등 군사 장비들이 2일 지진 참사 현장으로 파견될 예정이었으나 공항 통과 절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3일이 되서야 구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네팔 현지 언론 역시 “인도 국경에 수백 톤의 구호품들이 적체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네팔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재무부 관리인 수만 프라사드 샤르마는 “어떤 것도 돌려보내지 않았고 구호품에 세금을 부과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런 비난은 완전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람 샤란 마하트 네팔 재무장관은 지난 1일 “방수포와 텐트에 관한 수입세를 해제했지만 참치나 마요네즈 같은 불필요한 물품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곡물, 소금, 설탕이 필요한데 이런 쓸데없는 물품들을 왜 보내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세관 당국이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품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네팔 식품회사 관계자인 슈리마니 라즈 카날은 구호 물품이 적체되는 이유에 대해 “트럭이 부족한 데다 운전기사 대부분이 지진 피해를 본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더딘 구호작업으로 피해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대지진 여파로 네팔의 경제 성장률이 3.0%까지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네팔의 성장률 예상치를 4.6%에서 4.2%로 낮췄다”며 “피해 상황에 따라 3.0∼3.5%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3일 밝혔다.
네팔 내무부에 따르면 2일까지 최소 7040명이 숨지고 1만412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네팔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나 현 상태에서는 추가 생존자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번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800만명 가운데 200만명 이상이 텐트·물·식료품·의료물품 등을 최소 3개월 이상 공급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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