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영화 '첨밀밀'(甛蜜蜜) 주제곡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만 가수 덩리쥔(鄧麗君·등려군 1953~1995) 사망 20주기를 맞아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추모열기가 일고 있다.
덩리쥔이 사망한지 20주년이 되는 8일 중국과 대만, 홍콩 각지에서 온 400여명의 팬들이 대만 신베이(新北)시 진산(金山)구 진바오산(金寶山)에 위치한 쥔위안(筠園·덩리쥔 묘역)을 찾아 추모식을 가졌다고 신화망(新華網)이 보도했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이날 '덩리쥔 우화(羽化·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감) 20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녀의 '소성고사'(小城故事)와 '첨밀밀'을 들을 수 있다며 그녀를 회고했다.
9일에는 타이베이의 샤오쥐단(小巨蛋) 체육관에서 그녀의 입체영상으로 그녀가 인간세상으로 돌아오기를 소원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또 중국 유명 가수인 왕페이(王菲)는 등려군이 남긴 미완성곡 '청평조(淸平調)'를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불러 녹음을 마쳤으며 8일 오후 5시 8분에 대만에서 싱글 발매행사를 갖는다.
덩리쥔이 사망한 5월 8일이 되면 매년 중화권 일대 곳곳에서 추모하는 열기가 이어진다. 대만에서 머물던 곳은 이미 문화자산이 됐다. 그녀가 태어난 윈린(雲林)현 텐양(田洋)촌의 방송국은 여전히 방송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으로 첨밀밀을 들려주고 있고 그녀가 살던 주택은 완벽히 보존돼 있다. 또 덩리쥔이 성장기를 보냈던 루저우(蘆洲)현이나 모교인 루저우초등학교에는 조각상 혹은 기념관이 설치되어 있다.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의 덩리쥔 기념관에는 덩리쥔의 영상자료와 일상용품, 무대복, 프랑스에서 타던 벤츠, 홍콩에서 쓰던 공주침대 등이 전시돼 있다.
덩리쥔은 1995년 5월 8일 태국의 한 병원에서 천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 덩리쥔의 나이는 42세에 불과했다.
1970년대 대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덩리쥔의 노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 전환기 당시 중국 민중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줬다. 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관계 악화와 함께 중국 정부는 덩리쥔의 노래를 사상적인 이유로 금지시켜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노래는 더욱 인기를 얻어 '낮에는 덩샤오핑의 말을 듣고 밤에는 덩리쥔의 말을 듣는다'(白天廳老鄧, 晩上聽小鄧)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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