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한 동안 뜸했던 서울시 자치구들의 신청사 건립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해당 구청들은 심각한 건물 노후화 및 업무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내걸고 있지만 당장 재원을 보탤 서울시가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 향후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내 25개 구청 중 건축 연한이 30년을 훌쩍 넘긴 곳은 종로구(1922년), 강북구(1974년), 영등포구(1976년), 강서구(1977년) 등이다. 이외 강남구(1975년)와 서대문구(1977년) 역시 1980년 이전 지어졌지만 증·개축 또는 리모델리링을 거쳤다.
과거 '디자인 서울'을 표방한 오세훈 시장 때 자치구 청사 신축이 활기를 띄었지만, 이후 경기도 성남시 등 사례에서 '호화' 논란이 일자 무기한 연기됐다. 더욱이 최근 '무상복지 시리즈'로 중앙이나 지방정부할 것 없이 재원의 고갈로 진척 자체가 불가했다.
그러다 민선 6기 들어 구청사를 새롭게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자치구 의견을 취합하면, 종로구와 동작구는 상당한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94년 만에 새 집을 지으려는 종로구청은 얼마 전 전문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내부 보고회를 가졌다. 본관(서울시 미래유산 지정)은 리모델링하고 제1·2별관은 철거 뒤 각각 15층, 6~7층 높이로 다시 짓는 방식이다.
현 일정대로면 이달 말 위탁개발업체 선정 뒤 6월 서울시에 이어 곧장 중앙 투융자 심사를 진행한다. 캠코, LH, SH 등 향후 결정되는 위탁기관에서 전적으로 개발 절차를 밟아 2020년께 전체 완공이 이뤄질 전망이다.
동작구청은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프로젝트로 이름을 내걸었다. 현재 타당성 조사가 한창으로 조만간 이전 대상 부지인 영도시장 일대 개발행위허가 제한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2016년 현 청사 매각계획 수립 뒤, 2018년 보상 및 토지수용, 2019년 공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구도심으로 경기가 침체된 장승배기 일대 행정기관 집중화에 따른 지역발전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상업용지인 구청사 일원에는 상권 활성화를 꾀한다.
민선 5기부터 신축을 준비했던 광진구는 상황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광진구 청사의 경우 1968년 당시 공화당에서 연수원으로 쓰겠다고 마련됐다. 이제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등 민원은 계속되고 업무가 6개 공간으로 나눠져 구민 불편이 커졌다.
가장 큰 걸림돌은 총 사업비가 8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해 모아둔 건립기금이 2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한 도시계획변경 작업이 법원 이전 및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등 지역의 전반적 밑그림에 따라 유동적이라 아예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이 같은 자치구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발빠른 행보 또는 의지와 달리 '교부금'이란 칼자루를 쥔 서울시나 행정자치부는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자치구 공용청사 건립 지원기준'에 따라 많게는 수 백억원의 특별교부금 또는 보조금을 내려줘야 할 서울시는 살림살이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의 예산 비중은 갈수록 커져 심지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를 우려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투융자 심사 중 실무, 소위원회, 본심사에서 자치구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의 비효율적 지출 등을 들어 올 연말까지 '지자체 청사 신축 보류'를 서울시 및 자치구에 하달, 시에서 정부 의사에 반해 정책을 추진하긴 사실상 어렵다. 이런 행자부의 공문은 연내 청사를 짓는데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청 측에서 특별교부금 등을 내려달라고 요청온 것은 없지만 2~3곳이 구두상으로 의견을 물어왔다"며 "다만 자체적으로 재원이 넉넉하지 않고 정부와 동일 입장에서 정책을 이어간다는 게 기본적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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